2010년대 들어 최근까지 '3세대 항암제'로 꼽히는 면역항암제가 잇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서 면역항암제가 세계 항암제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최근 암 치료의 트렌드인 면역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또는 기존항암제와의 병용 요법을 진행 중인 임상시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세계 면역항암제 시장 규모는 2015년 16억달러에서 2020년 350억달러로 20배 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면역항암제는 인체 내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해 암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공격하는 경로를 차단(면역관문억제제)하거나 면역세포를 강하게 만들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다.
특히 항암제 개발 환경과 시장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면역관문억제제는 면역세포인 'T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일종의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암세포의 면역반응 회피 신호를 억제해 면역세포가 암을 공격하게 하는 것이다.
암세포는 생존을 위해 면역세포로부터 몸을 숨기는데, 면역항암제는 암세포가 몸을 숨기는 데 도움을 주는 단백질 PD-1과 PD-L1의 작용을 차단한다. 이를 통해 면역세포가 정상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까지 FDA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면역관문억제제는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의 여보이(CTLA4 억제제·성분명 이필리무맙)와 옵디보(PD-1 억제제·성분명 니볼루맙), 미국 제약사 머크(MSD)의 키트루다(PD-1 억제제·성분명 펨브롤리주맙), 스위스 제약사 로슈의 테센트릭(PD-L1 억제제·성분명 아테졸리주맙),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머크가 공동개발한 바벤시오(PD-L1 억제제·성분명 아벨루맙),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PD-L1 억제제·성분명 더발루맙) 등 총 6개다. 암세포에 있는 CTLA4, PD-1, PD-L1이라는 단백질은 면역관문억제제의 타겟을 의미한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른 항암제와의 병용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제약시장 분석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 요법(두 약물을 함께 투여하는 방법)을 진행 중인 임상 수는 총 765건(2017년 5월 기준)으로 215건을 기록한 2015년 11월보다 약 3.6배 증가했다. 이 중 가장 활발히 병용 요법을 진행 중인 약물은 키트루다로 총 268건의 병용 임상이 진행 중이다.
이태영 메리츠종금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는 "BMS는 2015년 FDA로부터 흑색종의 치료를 위한 여보이와 옵디보의 병용 요법을 허가받았으며, 이후 MSD도 키트루다와 기존 치료제인 화학 항암제와의 병용을 통한 폐암 치료를 허가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업체 중에서는 제넥신(자궁경부암)과 파멥신(유방암)은 MSD의 키트루다와, 신라젠(신장암)은 미국 바이오 기업 리제네론이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PD-1 억제제)인 '세미플리맙'과 병용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병용 요법이 주목 받는 이유는 치료 효과 때문이다. 면역항암제는 특정 암에 효과가 국한되지 않아 약 20~30%의 환자에게는 생명을 연장시켜 주지만, 70% 이상의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항암제 중에서 면역항암제가 최근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며 "면역항암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의 장기 생존율이 높기 때문인데, 다른 항암제와의 병용 임상을 통해 적응증을 빠르게 확장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