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채권단이 8일 성동조선해양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보내고, STX조선해양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성동조선해양은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게 나왔지만, 당장 파산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 STX조선해양도 4월까지 고강도 자구계획안을 마련하도록 한 뒤 법정관리 신청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두 회사 모두 당장 문을 닫는 것은 아니지만,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성동조선해양은 보유현금이 거의 없고 수주잔량이 적어 법정관리를 졸업한다고 해도 회생이 어려운 상황이다.
◇ 성동, 결국 법정관리…"회생 쉽지 않을 듯"
성동조선해양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 여파로 어려움을 겪다가 2010년 4월 채권단 자율협약(느슨한 형태의 구조조정)을 맺었다. 수출입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은 2010년부터 성동조선해양에 약 4조원의 자금을 빌려줬으나 조선업황 회복이 늦어지고 2016년에는 전세계적으로 발주 물량이 급감한 '수주 절벽'까지 나타나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정부가 법정관리를 결정한 이유는 성동조선해양의 현재 수주잔량이 5척에 불과해 채권단의 출자전환(빌려준 돈을 그 회사 주식으로 받는 것)이나 탕감 등이 없으면 조만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성동조선해양은 2016년 말 수주잔량이 28척이었으나 신규 수주를 많이 하지 못해 잔량이 급격히 줄었다. 현재 채권단의 채권 잔액은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성동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회생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조선사는 두 바퀴로 움직이는 자전거와 비슷해서 수주 물량이 있어야 계속 굴러갈 수 있는데,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신규 수주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법정관리를 졸업할 때까지는 기존에 보유한 현금과 남은 일감으로 버텨야하지만, 성동조선해양은 자본잠식 상태인데다 보유한 현금은 1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수주잔량 5척을 연내에 모두 인도하면 더이상 들어올 현금도 없다.
성동조선해양을 수리 조선소로 전환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이 역시도 쉽지 않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리 조선소는 선박을 수리하는 곳인데, 선박을 수리하다보면 폐기물이 많이 나온다. 경남 통영은 굴 양식장도 많은데, 환경오염 우려 때문에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5년 새 직원 65% 줄인 STX, 추가 구조조정 예고
성동조선해양과 비교하면 STX조선해양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STX조선해양도 조선업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2016년 5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정관리 기간에 담보채무는 60%, 상거래 채무는 약 90%를 탕감받으면서 2017년 7월 회생인가를 받고 법정관리 졸업에 성공했다.
2013년부터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STX조선해양은 법정관리 졸업 후인 작년 11월에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를 30% 줄이겠다는 경영정상화 방안을 다시 마련해 시행 중이다. 2013년 2600명이던 사무·기술 직원은 5차례 희망퇴직을 거치면서 현재 630명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에 생산직원은 1100명에서 695명으로 감소했다. 총 직원이 3700명에서 1325명으로 65% 줄어든 것이다. 현재 남은 생산직원 695명도 40%씩 돌아가면서 3~4개월씩 무급휴직을 떠나고 있다.
정부는 STX조선해양에 자력 생존이 가능하도록 추가 구조조정을 진행하라고 요청했다. 회사 측은 직영 인력을 더 줄이면 생산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STX조선해양에 남은 생산직 인력은 약 20척의 선박을 생산할 수 있는 인력이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일감이 있을 때만 외부 인력을 고용해 선박을 만들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품질이 떨어지고 공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STX조선해양은 채권단이 선수금발급보증(RG)을 원활하게 해주면 생존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작년 7월에 법정관리를 졸업했을 때 남은 부채는 약 8000억원으로 향후 10년간 나눠서 갚기로 했었다. 당시 계획으로 2020년에는 흑자 전환을 예상했는데, 현재 수주 협의 중인 물량도 있어 흑자전환 시기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