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유럽에서 개최되는 모터쇼 가운데 가장 처음으로 열리는 제네바 모터쇼가 6일(현지시각)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이번 제네바 모터쇼는 마치 100년 넘게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돼 왔던 내연기관의 시대가 저물고 전기자동차를 포함한 친환경차가 새로운 대세가 되고 있음을 확실히 증명하는 자리와 같았다. 특히 올해는 순수 전기차로 만들어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하이브리드차로 제작된 초고가 럭셔리카 등 지금껏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형태의 친환경차들이 다수 출품돼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6일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현대차의 소형 SUV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

친환경차의 기세에 가려지긴 했지만, 가솔린과 디젤 등 전통의 내연기관차에서도 눈에 띄는 신차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동안 ‘디젤 게이트’로 홍역을 치렀던 아우디가 주력 중형세단인 A6의 완전변경 모델을 선보이며 반격의 서막을 올렸고 BMW는 신형 SUV인 X4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 ‘친환경’과 ‘실용성’ 합친 전기차 SUV, 車 시장 새로운 대세로

올해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특히 전기차 SUV에서 신모델들이 여럿 출시된 점이 눈에 띄었다. 친환경차의 이점에 넓은 적재공간으로 실용성도 높은 전기차 SUV가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를 잡을 것임을 예고하는듯 했다. .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출시한 소형 SUV 코나의 전기차 모델인 코나 일렉트릭을 출품햤다. 코나 일렉트릭은 64kWh와 39.2kWh 두 가지 버전의 배터리와 최대 출력 150kW(약 204마력)의 전용 모터를 탑재했다.

코나 일렉트릭의 측면부

유럽 기준으로 64kWh 배터리 탑재 모델은 1회 충전시 470km를 주행할 수 있다. 충전 시간은 급속충전(80%)시 54분, 완속충전(100%)시에는 9시간 40분(64kWh 배터리), 6시간 10분(39.2kWh 배터리)이 각각 소요된다.

재규어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기차 SUV인 I-페이스는 제네바 모터쇼 첫날 관심이 가장 많이 집중된 모델 중 하나였다. 최첨단 90kWh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한 번 충전으로 480km까지 주행 가능한 I-페이스는 50kW DC 충전기를 사용할 경우 단 90분만에 80%를 충전할 수 있다.

재규어 I-페이스

두 개의 전기 모터가 각 액슬에 탑재돼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71.0kg·m의 힘을 내며 모터 공간을 줄이기 위해 구동축이 모터를 통과하는 형태로 설계 됐다. 정지 상태에서 4.8초만에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아우디도 순수 전기차 SUV로 개발 중인 e-트론의 프로토타입을 선보였다. 아우디 e-트론 프로토타입의 양산형은 급속 충전소에서 최대 150kW의 전력을 단 30분만에 충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올 연말 유럽 시장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아우디 e-트론 프로토타입

쌍용자동차는 전기차 SUV 콘셉트카인 e-SIV를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쿠페 스타일의 SUV로 설계된 e-SIV는 커넥티드카 시스템이 적용되고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량이다.

쌍용차의 전기차 SUV 콘셉트카 e-SIV

판매가격이 수억원대에 이르는 슈퍼카와 럭셔리카에서 친환경 모델이 제작돼 첫 선을 보인 점도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람보르기니는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와 손잡고 만든 전기차 콘셉트카인 테르조 밀레니오를 선보였다. 벤틀리는 첫 SUV 벤테이가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이번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람보르기니 테르조 밀레니오

이 밖에 폴크스바겐은 전기차로 설계된 자율주행 콘셉트카 I.D.비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폴크스바겐 전기차 라인업의 네번째 모델인 I.D.비전의 출력은 225kW, 최고속도는 시속 180km이다. 111 kW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탑재돼 한 번 충전으로 최대 665km를 주행한다.

◇ '왕년의 강자' 아우디, 신형 A6로 반격…BMW는 완전변경 X4 선보여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의 기세 속에서 전통의 내연기관 모델에서 최초로 공개된 다양한 신차들도 올해 제네바 모터쇼를 풍성하게 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함께 ‘세계 3대 독일차 브랜드’로 군림하다 배기가스 조작사태, 이른바 ‘디젤 게이트’가 터지면서 한 동안 움츠러들었던 아우디는 완전변경된 8세대 신형 A6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아우디 신형 A6

최고출력 340마력의 힘을 내는 3.0 TFSI 엔진과 286마력의 가속력을 갖춘 3.0 TDI 엔진을 탑재한 신형 A6는 모든 엔진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기본 장착했다. 파킹 파일럿과 개러지 파일럿 등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포함한 다양한 안전과 편의사양도 갖췄다. 올해 6월 독일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BMW는 SUV 완전변경 신차인 2세대 뉴 X4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뉴 X4는 기존 모델에 비해 전장, 축거, 전폭이 각각 81mm, 54mm, 37mm 늘어났고 입체적으로 디자인 된 키드니 그릴이 전면부에 배치됐다.

BMW 신형 X4

M 퍼포먼스 모델인 뉴 X4 M40d는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26마력과 최대토크 69.4kg·m의 힘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9초 만에 도달한다. 4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한 뉴 X4 xDrive20d 모델은 최고출력 190마력, 40.8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뉴 X4 xDrive25d 모델의 최고출력은 231마력, 최대토크는 51kg·m이다.

뉴 X4의 모든 라인업은 각 엔진에 최적화된 8단 스텝트로닉 자동 변속기와 지능형 사륜구동 시스템인 BMW xDrive가 기본으로 탑재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브랜드인 EQ는 벤츠의 중형 디젤세단 E 220d의 디젤 엔진을 기반으로 개발한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렉서스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의 새로운 모델인 UX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기아차 씨드

기아자동차는 유럽 전략차종인 씨드를 6년만에 완전변경한 3세대 모델을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했다. 또 해외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리오(국내 판매명 프라이드)의 고성능 모델인 GT 라인과 K5 왜건형 모델 등도 선보였다.

◇ 올해 제네바도 슈퍼카 '각축전'…페라리·맥라렌 등 신차 세계 최초 공개

오랜 기간 ‘유럽 부호들의 놀이터’라는 별칭이 붙었던 행사답게 전세계 자산가들을 겨냥해 만들어진 다양한 슈퍼카와 스포츠카들도 제네바 모터쇼를 수놓았다. 페라리와 포르셰, 맥라렌 등 대표적인 스포츠카 브랜드들이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신차들이 잇따라 베일을 벗고 모습을 드러냈다.

페라리는 신형 V8 스페셜 시리즈 모델인 페라리 488 피스타를 처음으로 공개한다. 2016년과 지난해 2년 연속으로 ‘올해의 엔진상’ 대상을 수상한 V8 터보엔진을 탑재한 페라리 488 피스타의 최고출력은 720마력에 이른다.

페라리 488 피스트

488 피스타는 페라리 차량 가운데 처음으로 새로운 옵션의 20인치 탄소섬유 림이 적용됐다. 이 밖에 엔진 커버, 범퍼 그리고 리어 스포일러 등도 탄소섬유로 제작됐다.

포르셰는 모터스포츠 기술이 집약된 고성능 스포츠카인 신형 911 GT3 RS를 공개했다. 911 GT3 RS는 911 GT3와 911 GT2 RS에 이어 올해 출시를 앞두고 있는 공도 주행이 가능한 최신 포르셰 GT 스포츠카다.

911 GT3 RS는 자연흡기 방식의 4리터 6기통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520마력을 발휘한다. 기존 911 GT3보다 최고출력이 20마력 향상됐고 리어 액슬 스티어링의 역동성과 정확성도 한층 개선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단 3.2초가 걸리며 최고속도는 시속 312km다.

맥라렌 세나

이 밖에 맥라렌은 전 세계에서 500대를 한정 생산하는 슈퍼카 세나를 선보였다. 맥라렌 세나의 카본 파이버 테마는 차량의 외관이 모두 비주얼 카본 파이버로 제작됐으며 총 67개의 파트로 구성된 차체는 약 1000시간의 제작 시간이 투입됐다. 영국 워킹에 위치한 맥라렌 프로덕션 센터에서 한 대당 300시간에 걸쳐 수작업으로 생산되는 맥라렌 세나는 이미 500대의 한정 생산물량이 모두 판매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