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정체 돌파 요인, 과감한 신규 투자
강남점·부산센텀점 증축...지역 넘버원 전략 주효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이 백화점 업계 만년 3위에서 벗어나 현대백화점을 누르고 2위에 올랐다.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전략이 굳게 닫힌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면서 점유율 확대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그래픽=박길우

6일 통계청·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세계(004170)백화점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28.1%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20.4%), 2016년(22.3%)과 비교해 각각 7.7%포인트, 5.8%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이 공시대로라면 지난해 현대백화점 시장점유율(28%)을 0.1%포인트 차이로 넘어선 셈이다. 1위 롯데백화점(39~40% 추정)과의 격차도 좁혔다. 신세계는 최근 이러한 내용을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통해 주주들에 알렸다.

◇그룹 분리경영 후부터 분위기 반전…’빅3’ 중 유일한 성장

이러한 성과는 백화점 업계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의 전체 시장규모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2014년 29조1000억원이던 시장규모는 2015년(28조9000억원)에는 줄었고, 2016년(29조9000억원)에 반짝 하더니 지난해 다시 29조2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업계 만년 3위였다. 롯데백화점(30곳), 현대백화점(15곳)에 비해 전국 점포수가 적기 때문에 매출도 차이가 있었다. 신세계 점포수는 이보다 적은 13곳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신세계 시장점유율에 온라인 사업 매출이 포함돼 있고, 현대백화점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단순비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신세계가 하남점 등 신규 점포를 연 영향”이라고 말했다.

◇강남점 증축후 매출 22% 신장...지역 넘버원 전략 통했다

이같은 성과는 정유경 총괄 사장 취임 후부터 가시화 됐다. 특히 매출과 성장이 정체돼 신규 투자를 꺼리는 유통업계의 분위기와 달리 공격적인 투자 전략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정 사장은 승진과 동시에 백화점 정비에 나섰다. 대표적인 곳이 강남점이다. 증축(增築)을 통해 1년간 매출을 21.8% 신장시켰다. 신세계강남점 영업면적은 기존 5만5500㎡(1만6800여평)에서 8만6500㎡(2만6200평)으로 늘어났다.

매장 구성도 ‘브랜드 중심’에서 ‘상품 중심’으로 바꾸고,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하 1층에는 스트리트패션 전문관과 화장품 편집숍, 맛집거리 등을 구성했다.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20~30대의 소비성향과 맞아 떨어지면서 매출이 증축 1년만에 23%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강남점은 지난해 약 1조66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처음으로 전국 매출 1위 점포에 오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지난 40여년간 부동의 1위를 지켰던 롯데백화점 본점(약 1조6400억원)을 앞선 것이다. 이후 증축한 센텀시티점과 신규 출점한 김해점, 하남점, 동대구복합환승센터 등으로 영업면적이 기존보다 50% 가량 크게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세계 백화점 실적이 상대적으로 견고한 이유는 지역 넘버원 점포 전략 때문"이라며 "매출 기여도가 높은 강남점, 부산센텀점의 실적 안정성에 대구점
실적 정상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관전 포인트는 정 사장이 추진중인 면세점·뷰티·홈퍼니싱 부문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성공할 것인지 여부다. 정 사장은 승진 후 처음으로 지난 1월 가구업체 까사미아를 인수합병(M&A)했다. 작년말부터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 매장도 열고 뷰티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저성장 속에서 면세점과 함께 화장품, 홈퍼니싱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신세계는 백화점 등에서의 확고한 시장지위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면 신용등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