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끔하게 차려입은 정장, 단정하게 정리한 머리, 획일적이고 단조로운 사무실. '금융회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런 이미지들을 과감히 벗어던진 회사가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나날이 다양해지는 고객들의 취향보다 한발 앞서나가기 위해 '디지털 컴퍼니'로 탈바꿈 중인 현대카드가 그 주인공이다. 현대카드는 "금융회사를 넘어 '디지털 컴퍼니'로 변신하기 위해 디지털 고객 서비스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 DNA를 탑재한 조직 체계와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카드 본사의 회의 공간에서 작은 팀 단위로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현대카드는 최근 조직 구조를 '본부' '실' '팀' 등 3단계로 간소화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고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디지털 DNA 심는다

현대카드는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AI 챗봇(채팅+로봇) 서비스인 '현대카드 버디'를 내놨다. 채팅창에 고객이 카드 혜택 정보 등 문의 사항을 입력하면 챗봇이 실시간으로 답을 해준다. 현대카드 버디는 IBM사(社)의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표현 방식에 숨겨진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상황에 맞는 답변을 제시하는 데 뛰어나다. 버디는 고객과의 소통을 해나가면서 학습을 통해 지속적으로 진화해 가고 있다.

현대카드는 챗봇 같은 고객 서비스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회사 조직 체계와 기업 문화에도 디지털 DNA를 심기 시작했다. 현대카드는 최근 '애자일(Agile)' 철학에 기반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애자일'이란 '민첩함'을 뜻하는 단어로, 한 번에 완전무결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빠르게 결과물을 도출하고 거기에 끊임없는 수정과 보완 작업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는 방법론을 이른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기업인 '구글'이 '애자일' 방식을 도입한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구글에선 10명 내외로 구성된 소(小)팀들이 40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한다. 조직을 소규모로 만들어 의사 결정 과정에 속도를 높이고,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

지난 2월 현대카드도 조직 체계를 '본부' '실' '팀' 3단계로 간소화하고, 기존에 있던 부본부와 센터 등을 모두 폐지했다. 실장의 재량권을 강화해 팀의 신설과 폐지는 물론 인력 구성, 예산 분배 등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카드는 "실장의 클릭 한번이면 조직이 생기고 사라진다"며 "'애자일 조직'은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다양한 변수가 상존하는 디지털 환경에 가장 최적화된 방식"이라고 밝혔다. 한편 실장급 임원들의 '임원실'을 없애고 대신 그 공간을 직원들의 휴게 공간 및 회의실로 바꿨다. 구성원 간의 거리를 좁혀 빠른 의사 결정과 실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진정한 디지털 컴퍼니로 도약하려면 회사 구성원들의 생활과 사고방식도 변해야 한다는 게 현대카드의 생각이다. 현대카드는 기업 문화에서도 변화를 단행하고 있다. 모든 직원이 정해진 시간에 식사해야 하는 획일적인 '점심시간'을 폐지하고, 각자 원하는 때에 자유롭게 1시간 동안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임직원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자유로운 사고를 유도하기 위해 금융권에선 이례적으로 정장이 아닌 캐주얼한 복장도 허용했다. 육아 등 가정 상황에 따라 직원들이 출퇴근 시각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플렉스 타임(Flex Time) 제도'도 호응을 얻고 있다. 핵심 근무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를 제외하고 자유롭게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현대카드는 "이러한 제도들은 금융권에선 이례적인 것으로, 획일적 문화 대신 직원의 자율성을 존중하며 무엇보다 성과를 중시하는 현대카드의 기업 문화를 잘 보여준다"고 밝혔다.

디지털 역량 전파, 스타트업과 상생

현대카드는 회사 내부의 '디지털 DNA'를 회사 밖으로도 전파하고 있다. 작년 1월 서울 서초구에 문을 연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 '스튜디오 블랙'을 통해서다. 코워킹 스페이스란, 여러 입주자가 업무 공간을 공동으로 사용해 임대료 등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공동 사무실' 같은 것이다. 현재 스튜디오 블랙에는 스타트업뿐 아니라 1인 미디어, 디자이너, 작가 등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상주하고 있다.

스튜디오 블랙에는 독자적으로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뿐만 아니라 입주자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소통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갈 수 있는 '라운지 플로어' 등도 있다. 전문적인 제품 사진 촬영이 가능한 '포토 스튜디오', 각종 운영체제(OS)가 탑재된 기기와 3D 프린터 등 여러 장비도 마련돼 있다. 스튜디오 블랙은 업무 공간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대카드가 보유한 여러 노하우를 제공해 입주자들의 사업 실현과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입주 기업인 '프레임바이'는 스튜디오 블랙의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사업 아이템 선정과 마케팅, 관계 업체들과의 네트워킹 등 여러 방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작년 11월에는 현대카드와 협업해 '세로카드 전용 스마트폰 케이스'를 선보였다.

현대카드는 "스튜디오 블랙을 통해 스타트업을 비롯한 다양한 신생 비즈니스와의 협업을 꿈꾸고 있다"며 "디지털 컴퍼니를 지향하고 있는 현대카드의 역량과 혁신 DNA를 전방위적으로 전파해 상생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