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은 국내 은행업의 디지털화(化) 선두 주자로 꼽힌다.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전문가를 영입하고, 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신기술 중심의 6개 연구소(lab)를 신설했다. 올해 초에는 여러 개의 금융 애플리케이션(앱)을 하나로 통합한 '슈퍼앱'을 발표했다.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금융 플랫폼의 고도화에 나서는 것이다.
신한은행의 디지털 전략을 지휘하는 건 위성호 행장이다. 위 행장은 작년 취임 후, 임직원에게 "과거 금융의 틀에서 벗어나 '업(業)'을 새롭게 정의하자"고 당부했다. 디지털 시대의 변화를 먼저 읽고, 빠른 경영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자는 것이다.
◇6개 금융 앱 통합한 '수퍼앱' 출시
신한은행은 지난달 모바일 수퍼플랫폼 '신한 쏠(SOL)'을 출시했다. 여러 앱으로 나뉘어 있던 기존 모바일 금융 거래를 고객 관점에서 분석해 기존 6개 앱을 '쏠' 하나로 통합했다.
쏠의 강점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고객별 거래 패턴을 분석해 각 개인이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를 #이체, #급여, #신용카드, #환전 등의 해시 태그로 보여준다. 이 해시 태그를 클릭하면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또 개인 빅데이터를 분석해 각자에게 가장 적합한 대출, 예·적금 상품을 추천해준다.
금융 거래 처리 속도도 높였다. 고객이 은행 앱에서 자주 사용하는 계좌 조회·이체 등 기능의 경우 화면 이동 없이 메인 화면에서 바로 처리할 수 있다. '키보드 뱅킹'을 이용하면 채팅 중에도 20초 만에 송금이 가능하고, '원터치 송금'을 이용하면 보안 매체가 없어도 자주 송금하는 계좌에 간편히 돈을 보낼 수 있다.
'쏠'에 적용된 챗봇(chatbot·채팅과 로봇의 합성어) '쏠메이트'는 국내 금융권에서 가장 똑똑한 챗봇으로 꼽힌다. 금융 거래와 상담 업무가 동시에 가능하며 음성과 텍스트 입력을 모두 지원한다. '모션 뱅킹' '히든 제스처' 기능을 이용하면 휴대폰을 흔들거나 정해진 패턴을 그려 원하는 메뉴를 바로 실행할 수 있다.
◇은행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 서비스 도입
최근 유행 중인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를 국내 은행 최초로 도입한 것도 신한은행이다.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인 로보어드바이저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간 대신 컴퓨터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로보어드바이저가 도입하기 전에는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 투자법은 자산관리 전문가(PB·private banker)의 상담을 받는 거액 자산가에게만 제공됐다. 이에 착안한 신한은행은 2016년 태스크포스(TF)를 구성,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기술력을 검토해 펀드에 가장 특화된 디셈버앤컴퍼니사(社)의 아이작(ISAAC)펀드 자산 배분 알고리즘을 적용한 로보어드바이저를 선보였다.
신한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엠폴리오'는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설계할 수 있는 최소 금액을 월 10만원으로 낮췄다. 이용도 간편하다. 스마트폰으로 '엠폴리오' 앱에 접속해 투자 성향을 묻는 말에 답하고, 월 적립금을 입력하면 자산 관리 포트폴리오를 즉시 받아볼 수 있다. 또 클릭 몇 번으로 포트폴리오에 나온 다수의 상품을 한 번에 가입할 수 있다. 고객이 가입한 펀드에 대해서는 수시로 자산 현황 및 성과를 안내하고 정기적으로 재조정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등 사후관리 서비스도 제공한다. 작년에는 위 행장이 직접 '엠폴리오'에 1000만원을 투자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디지털 인재 영입 및 육성
디지털 전략을 이끌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동시에 내부에서도 키워나가고 있다. 작년에는 빅데이터 전문가인 김철기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를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으로 선임하고, 인공지능 전문가인 장현기 박사를 디지털전략본부장으로 선임했다.
내부 인재 육성 프로그램도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실리콘밸리 원정대'는 금융의 틀을 벗어나 디지털과 글로벌 분야의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조직이다. 핀테크 관련, '글로벌 메가 트렌드' 수집 및 리서치 수행, 해외 전문가와 인적 네트워크 구축,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모색 등을 주제로 활동한다. 은행 내 공모를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보유한 직원을 선발했다. 작년 8월에는 금융권 최초로 디지털 역량을 갖춘 23명의 젊은 행원을 선발해 '슈퍼 에반젤리스트' 제도를 도입했다. 에반젤리스트의 사전적인 의미는 전도사다. 하지만 최근 IT 업계 중심으로 고객 입장에서 기업의 상품·서비스를 점검하고, 개선 아이디어를 내는 자문단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글로벌 대표 IT 기업인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서비스 혁신과 고객 확보를 위해 에반젤리스트 제도를 활용 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융의 중심이 공급자인 '은행'에서 사용자인 '고객' 중심으로 바뀌는 만큼, '슈퍼 에반젤리스트' 제도가 고객 관점에서 서비스를 검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