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 환경 속에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1월 그룹 신년회에서 "SK가 지난 20년간 그룹 이익이 200배 성장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여전히 '올드 비즈니스'를 열심히 운영하거나 개선하는 수준에 안주하고 있다"며 "미래 생존이 불확실한 '서든 데스(Sudden Death)' 시대에서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딥 체인지(Deep Change)'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은 딥 체인지의 핵심인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위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더블 바텀 라인(Double Bottom Line)', 자산을 공유하거나 변화를 주는 '공유 인프라',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글로벌 경영' 등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더블 바텀 라인'에 대해 "미래 고객은 사회적 가치를 중시할 것이고, 앞으로는 사회적 가치가 상품 가치를 좌우하는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고객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또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DBL을 실천해 경험을 축적하게 되면 전혀 새로운 가치를 가진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찾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해 반도체 사업을 기반으로 새롭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고 추진한다. SK㈜는 올해부터 주요 관계사의 주주총회를 분산 개최하고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등 주주 친화정책을 강화했다.
최 회장은 신년사에서 "자산은 외부에 공유할 수 없다는 생각을 깨고, 기존 비즈니스에만 활용했던 자산을 공유 인프라로 확장할 경우 이를 기반으로 하는 혁신적인 BM이 가능해진다"며 "이 공유 인프라를 외부에 공유하면 그룹 내부에서 훨씬 혁신적인 BM이 출현할 수 있고 사회적 가치도 제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SK그룹은 SK에너지가 운영 중인 3600여 개 주유소의 유·무형 자산을 활용해 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주유소 상상 프로젝트' 공모전을 진행하는 등 구체적인 공유인프라 실천을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올 초 신년사에서 강조한 '글로벌에서의 새로운 비즈니스 확보'를 위해 국가 차원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협력 강화, SK와 글로벌 기업 간 신(新)협력 모델 개발, 글로벌 기술 트렌드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 최적화 등을 적극적으로 실행키로 했다.
최 회장 등 SK그룹 경영진은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중국,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 정부 리더들과 만나 협력을 모색했고, 에너지·화학, ICT, 반도체 등 재계 리더들과도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에 대해 논의했다.
최 회장은 다보스포럼에서 샤오야칭(肖亞慶)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이하 국자위) 주임과 만나 SK그룹과 중국 국자위 산하 여러 국영기업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브엉 딘 훼(Vuong Dinh Hue) 베트남 경제부총리를 만나 SK의 주력 사업 분야인 에너지·화학, ICT 등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동남아시아판 우버로 불리는 그랩(Grab)의 앤서니 탄(Anthony Tan) 대표와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플랫폼의 미래 비전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주요 관계사들도 생산 현장과 글로벌 무대에서 혁신을 위해 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세계 최대 석유화학기업 다우의 EAA, PVDC 사업을 인수해 글로벌 성장의 새 발판을 마련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독자 운영권을 보유한 중국 남중국해 광구에서 원유 탐사에 성공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을 찾아 5G 리더십 강화와 자율주행 분야의 글로벌 협력에 나섰다. SK텔레콤은 글로벌 초정밀 지도 기업 HERE와 기술협약을 맺고 자율주행·스마트시티 공동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SK㈜는 지난해 북미 셰일가스, 카셰어링 사업 등에 적극적인 투자로 '글로벌 투자 전문 지주회사'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