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난달 28일 현재 68시간인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건설업계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장 근로자들의 근로 시간이 줄어들면 공사기간 연장이 불가피한데, 공기 연장으로 늘어나는 비용을 얼마나 보전받느냐에 따라 수익이 크게 변하기 때문이다. 종업원 300명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오는 7월 1일부터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을 지켜야 한다.

GS건설이 시공하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루와이스 석유화학단지 건설현장.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당 근로시간이 줄어 공사 기간이 연장되면 공사비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추가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와 임차료, 금융비용 등 각종 비용이 증가한다.

공사비는 통상 직접비와 간접비로 나뉜다. 직접재료비, 직접노무비, 경비를 포함하는 직접비는 국가계약법상 처리 방법이 규정돼 있다. 하지만 관리와 유통 등에서 파생적으로 발생하는 간접비는 상대적으로 규정이 모호하다. 자재나 장비 보관 인력 등 공사 현장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들은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발주처가 간접비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그 부담을 시공사가 떠안게 된다고 우려한다. 현재 법적으로도 간접비 관련 규정이 불분명해 시공사에 불리한 부분이 많다는 주장이다.

실제 그동안 간접비 부담과 관련해 발주처와 시공사 간 법정 다툼도 적지 않았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 발주의 대규모 공사에서 이런 갈등이 종종 벌어진다. 건설사는 공사 중단의 귀책사유가 발주처에 있는 경우 간접비를 보전하라고 요구하지만 이런 경우 대개 ‘을’인 건설사들이 피해를 본다고 건설사들은 주장한다. 간접비에 대한 성격이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데다 비용 지원과 관련한 법적 지침도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간접비 지원은 기획재정부의 총사업비관리지침에 따라 책정되는데, 현재 명문화된 세세한 규정이 부족한 상황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의 전영준 부연구위원은 “무엇보다 현재 진행 중인 공사인 경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구체적 공기 연장과 이에 따른 직·간접비 계상 방안이 아직 기재부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에서 정립돼 있지 않아 많은 다툼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공사기간 및 공사비 상승분을 공사 원가에 반영하도록 국가계약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며 “특히 시공사들의 피해가 큰 민간 공사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지난해부터 입찰하는 공사에 대해 총 사업비를 조정하는 규정을 추가했다. 계약당사자간 책임이 혼재돼 있는 경우에는 총사업비를 절반씩 부담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아직 관련 규정이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할지에 대해 논란이 적지 않다.

건산연의 한 관계자는 “총 공사원가의 약 9%를 차지하는 일반관리비와 이윤을 공기 연장으로 인한 총 사업비 조정 대상에서 제외한 데다 총 공사비 조정 신청을 1회로 제한해 조정신청일 이후 발생한 공기연장 사유는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게 하는 등 지침에 불합리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는 또 강수와 기온 등의 영향을 받는 건설업의 특성상 근로 여건이 불규칙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근로시간 단축에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한다. 건산연 최은정 박사는 “공사 현장별, 공종별 등 특성을 고려해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더라도 월 평균 혹은 3~4개월 평균 등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건설업계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에 해외 파견 근로자는 예외로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지 국가의 근로관계법령과 계약 조건에 따르지 않고 국내 근로자 근무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적용할 경우, 해외 업체대비 수주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파견 인력을 수급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 근로를 독려하기 위해 국내 작업장 대비 약 2배의 급여를 지급해왔지만, 근로시간 단축으로 급여가 줄면 해외 파견 지원자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