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탈석탄’ 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난해 석탄발전량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석탄발전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다. 석탄발전은 온실가스 배출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축소 수순을 밟고 있다.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충남 당진 화력발전소.

◇ 지난해 석탄발전량 역대 최대…원자력·가스 발전은 감소

2일 한국전력(015760)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석탄발전량은 23만8919기가와트시(GWh)로 역대 최대였다. 종전 최대 석탄발전량(2016년 21만3803Gwh)보다 11.7%가 늘었다. 석탄발전은 2013년부터 5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발전량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39.5%에서 지난해 43.1%로 1년 사이에 3.6%포인트가 늘었다.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30%에서 지난해 26.8%로 3.2%포인트가 줄었다. 원전 이용률이 줄어든 만큼 석탄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원전 정비일수는 2397일로 2016년(1373일·원전 1기당 1일)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해 새로 건설된 발전소 중 상당수가 석탄을 원료로 사용한다는 점도 석탄발전 비중이 높아지는데 한몫했다. 태안 10호기(1.5GW), 삼척그린 2호기(1.2GW), 신보령 1호기(1GW) 등 총 5.3GW가 석탄발전으로 전체 발전설비 용량 증가(10.7GW)의 절반을 차지했다.

지난해 가스(LNG)발전량은 11만8569GWh로 2016년(12만852GWh) 대비 소폭 감소했다.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22.4%에서 지난해 21.4%로 낮아졌다.

발전단가(2017년 기준)는 KWh당 원자력이 67.9원으로 가장 저렴하고 석탄화력(73.9원), 가스(99.4원), 신재생에너지(186.7원) 등의 순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원전 이용률을 줄이는 대신 가스 발전 비중을 높이면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 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노후 석탄발전소 5기를 올 3~6월에 셧다운(가동중단)한다고 하지만 석탄발전 비중이 낮아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석탄발전단지인 보령화력발전소.

◇ 벨기에·스코틀랜드 석탄발전 ‘0’…미래 환경 비용도 고려해야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가 올 1월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시대 유럽 에너지산업 동향’에 따르면 유럽의 에너지 분야는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기술의 디지털화 등 변화를 겪고 있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 체결 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40%를 달성하기 위해서 석탄, 석유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풍력, 태양광, 바이오연료 등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0~2017년에 유럽에서 건설 계획중이던 1675개 발전회사 중 25% 이상이 석탄발전 사업을 철폐한 것으로 나타났다. 벨기에와 스코틀랜드는 지난해 석탄발전량을 ‘0’으로 만들었다. 덴마크,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도 탈석탄 발전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서는 탈석탄 발전 정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가스 발전의 경우 발전단가가 높아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걸림돌이 있다.

유승직 숙명여대 교수(기후환경융합전공)는 “석탄에서 가스로 발전의 중심을 이동시키려면 석탄에 부과되는 세금은 올리고, 가스에 부과되는 세금은 낮추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면서 “발전단가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미래 환경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