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다이나믹' 칩 본격 확산…중국산 AI 칩 범람하나
AP 이어 AI 칩까지도 ARM 의존...기술의존 심화 우려도

클라우드나 서버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스마트폰 스스로가 인공지능(AI) 기능을 수행하는 '온디바이스 머신러닝(on-device machine learning)'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를 기점으로 퀄컴, 애플,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화웨이, 샤오미, 미디어텍 등 중국계 기업들이 잇달아 머신러닝을 지원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ARM이 모바일 머신러닝을 목표로 내놓은 ‘다이내믹’((DynamIQ) 설계 이미지.

그동안 머신러닝은 클라우드 또는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무거운 하드웨어를 통해서만 구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퀄컴은 지난 2015년부터 제로스(Zeroth)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모바일 시스템온칩(SoC)에서 머신러닝 네트워크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퀄컴이 목적은 머신러닝 칩을 스마트폰이나 로봇 등의 기기에서 원활히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퀄컴의 대표 모바일 칩셋인 스냅드래곤을 탑재한 기기가 이미지 분류, 물체 인식, 안면 인식 등의 수많은 작업을 기기 내부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면 모바일 기기가 클라우드나 통신 네트워크에 의존하지 않고도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세계 모바일 칩 아키텍처의 99%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영국의 반도체 설계IP 기업인 ARM도 지난해 머신러닝이 가능한 모바일 칩 디자인을 발표한 바 있다. AI 가속기를 칩 내부에 설치하는 방식의 '다이내믹(DynamIQ)' 디자인은 이론적으로 모바일 프로세서의 성능을 기존 최신 제품보다 50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

임종용 ARM코리아 대표는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PC 등 소비자가 쓰는 단말기에서도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소비자에게 유용한 AI 생태계가 생긴다"며 "ARM 모바일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과 각종 기기들이 머신러닝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RM이 머신러닝을 지원하는 칩 디자인을 내놓으면서 ARM의 표준 디자인을 따르는 수많은 모바일 AP 기업들이 올해 줄줄이 신제품을 내놓을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 미디어텍 등 세계 모바일 AP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들은 모두 ARM 기반의 설계를 따르고 있다. 퀄컴, 애플의 경우 ARM의 설계를 일부 변경해 모바일 AP를 만들지만, 기본적으로는 같은 아키텍처를 쓴다.

모바일 기기에 본격적으로 AI가 녹아들면서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게도 엄청난 기회가 될 전망이다.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학부 교수는 "온디바이스 딥러닝은 이미 피할 수 없는 흐름이고, 국내 기업들도 엄청난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한동안 정체를 빚던 모바일 하드웨어 분야에 새로운 돌파구"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프로세서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더 고차원적인 프로그램을 구동하게 되면서 초고속 D램, 고용량 낸드플래시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모바일 머신러닝을 지원하는 반도체 디자인과 라이선스 대부분을 퀄컴, ARM이 장악하고 있는 건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기업들이 지불해야할 라이선스 비용이 늘어난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경우 매년 ARM에 천문학적인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모바일 머신러닝 분야마저 ARM이 선점하면서 기술 의존도가 더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