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애플의 아이폰X(텐) 때문에 한쪽에서는 웃고 다른 한쪽에서는 울게 생겼다. 작년 11월 출시된 고가의 아이폰X이 높은 수익성에 비해 판매 실적이 떨어지는 바람에 애플의 경쟁자인 스마트폰 사업 부문은 웃고,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는 디스플레이 부문은 울상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5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갤럭시S9을 공개하고, 다음 달 16일부터 한국·미국 등 세계시장에서 판매에 들어간다. 당초 삼성전자는 갤럭시S9이 올 1분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X과 치열한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아이폰X의 판매량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자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를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호기로 보고 있다.

여기에 매년 삼성전자와 비슷한 시기에 스마트폰 신제품을 출시했던 중국 화웨이, 한국 LG전자도 올해는 출시 시점을 최소 한 달 이상 늦추면서 사실상 갤럭시S9의 독주 체제가 구축된 것. 증권가에서는 갤럭시S9의 예상 판매량을 4000만대 수준에서 4500만대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자(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작년 하반기부터 아이폰X에 탑재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독점 납품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폰X의 판매량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올 1분기 삼성디스플레이 실적에도 경고등이 커졌다. OLED 디스플레이의 주문량이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기존에 생산해놓은 제품이 재고로 쌓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작년 2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으로 사상 최대 매출·영업이익을 기록했던 것과 달리, 올 1분기에는 실적 하락을 겪을 것으로 본다.

IT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9은 3월 중순부터 시장에서 판매되기 때문에 1분기 실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반면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최대 1조원가량의 영업이익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