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1심 재판에서 뇌물공여 혐의로 법정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앞으로 한일 롯데그룹 운영의 지주사 역할을 해온 일본 롯데홀딩스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이 단독으로 이끌게 됨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롯데에 대한 일본롯데의 경영 간섭 또한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일본 롯데홀딩스는 21일 오후 2시부터 이사회를 열고 신동빈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안을 받아들였다. 신 회장은 이날 한일 롯데그룹 운영의 지주사 역할을 해온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상관례에 따라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신 회장은 경영비리와 국정농단 재판을 받으며 수차례 일본경영진과 만난 자리에서 재판 상황에 따라 혹시 구속이 될 경우 일본 상관례 절차에 따르겠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통상 기업 경영진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즉시 해임하는 것이 관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본 롯데홀딩스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일본법 상 이사회 자격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이번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여 롯데홀딩스의 대표권을 반납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2일 신 회장은 롯데 경영비리 혐의를 받고 1심 판결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다만 이때는 구속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사임이 논의되지 않았다. 문제는 지난 13일 있었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뇌물혐의에 연루돼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70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일본은 한국과 달리 구속되는 것 자체를 90% 이상 유죄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4월 출국금지가 풀린 이후 경영비리와 국정농단 재판을 받으면서도 수차례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경영을 해왔다. 그는 일본 롯데 이사진을 상대로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무죄, 집행유예, 구속 등 경우의 수에 대해 자신의 움직임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롯데의 정점에는 광윤사(신동주 최대주주·50%+1)가 있고 그 아래 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계열사로 이어지는 구조다. 지금까지는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율은 1.4%에 불과하지만, 그는 쓰쿠다 사장,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 일본 롯데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 고초 에이이치(牛膓栄一) 일본 롯데물산 대표 등 일본 측 경영진의 지지를 받아 한일 롯데를 통합 경영하고 있었다. 낮은 지분율에도 한일 롯데를 지배하는 '원 롯데'의 수장 역할을 해온 것이다.

롯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분을 가진 한국회사들이 중요 경영사항이 발생할때마다 일본에서 결제를 받아야 해 해외 등에 적재적소에 투자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호텔롯데 상장도 연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호텔롯데 상장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1심만 진행됐지만, 2심과 3심이 남아있어 물리적으로 연기될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롯데그룹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관련 입장 전문이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관련 안내

금일 진행된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회 결과를 전달 드립니다. 금일 진행된 이사회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표명한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사임 건이 승인되었습니다.

일본 롯데홀딩스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일본법 상 이사회 자격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여 롯데홀딩스의 대표권을 반납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경우 기소 시 유죄판결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표이사가 기소될 경우 해임하는 것이 관행입니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컴플라이언스 위원회의 의견과 당사 경영 방향 등에 대한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 신동빈 회장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신동빈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이사 부회장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원 롯데’를 이끄는 수장의 역할을 해온 신 회장의 사임으로, 지난 50여 년간 지속되며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해온 한일 양국 롯데의 협력관계는 불가피하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롯데는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일본 롯데 경영진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노력할 계획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