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PC 게임 자존심을 살린 ‘플레이어 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 인기에 편승한 모바일 게임이 급증했다. 고립된 섬에서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100명이 전투를 치르는 ‘배틀 로얄’ 형식을 그대로 차용하고 게임 그래픽, 인터페이스 같은 특징까지 유사하다.

게임 이용자들은 이런 게임을 ‘짝퉁 배그(배틀그라운드의 줄임말)’라고 부르고 있다. 이런 게임 대부분은 해외업체가 배틀그라운드를 모방해 만들었다. 일부 게임은 인기 순위 상위권에도 올랐다. 블루홀 자회사인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펍지(PUBG)’가 PC 게임 안정화에 집중하는 사이 모바일 배틀로얄 게임 장르 시장을 해외 업체에 선점 당한 꼴이 됐다.

왼쪽부터 호프리스 랜드, 프리파이어, 서바이벌 스쿼드. 배틀그라운드와 유사한 방식 게임으로 원화 측면에서도 유사성을 보여준다.

20일 기준 구글플레이 게임 분야 인기 차트 2위에는 ‘프리파이어’라는 게임이 올라있다. 싱가포르 게임사인 가레나가 만든 게임이다. 가레나는 라이엇게임즈가 만든 세계적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롤)’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비롯해 러시아, 호주, 캐나다에 출시한 퍼블리싱 회사다.

프리파이어 외에도 인기 순위 6위에는 ‘호프리스 랜드(Hopeless Land): 살아남아야 돼’, 50위에는 ‘서바이벌 스쿼드’가 올라있다. 모두 중국 게임사가 만든 게임이다. 프리파이어는 이미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호프리스 랜드는 5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인기 앱 순위권에 접어들면서 긍정적인 사용자 후기(리뷰)도 늘고 있는 추세다.

세 게임 모두 배틀그라운드를 똑같이 모방했다. 인기를 얻은 프리파이어는 부제목으로 ‘배틀그라운즈(Balttlegrounds)’라는 이름까지 사용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가 사실상 배틀 로얄 게임 장르로 굳어지면서 이를 모방해 모바일 게임 시장에 나섰다. 실제 중국에서는 배틀그라운드가 지난해 인기를 얻으면서 모방 PC 게임이 다수 등장했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이런 현상이 뚜렷해진 셈이다.

단순히 모방한 것을 넘어 모바일 버전으로 배틀그라운드를 충실하게 구현했다. 비행 후 낙하, 낙하 지점에서 자동차, 총, 총알, 회복제, 방탄복 등을 얻어 좁아지는 구역에서 전투를 하는 모든 게임 요소가 배틀그라운드와 똑같다. 인터페이스도 모바일 기기에 맞게 구현했다. 게임 질 측면에서 많이 떨어지지만 배틀그라운드 미니 게임 버전으로 인식하면 사용자에게 만족도를 줄만하다.

실제로 후기를 남긴 많은 사용자가 “배틀그라운드를 쉽게 할 수 있게 구현해서 좋다”는 반응을 남기기도 했다. 일부 사용자는 “배틀그라운드 저작권 침해 아닌가”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여러 사용자가 “업데이트를 통해 배틀그라운드와 더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요청도 하는 상황이다.

게임업체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해 블루홀이 저작권 침해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FPS 장르에 배틀 로얄 형식을 도입한 게임형태는 이미 배틀그라운드 이전에 있었기 때문에 법적 대응이 가능할 지 의문”이라며 “장르가 똑같은 점을 떠나서 게임의 여러 요소들이 모방을 한 부분이 있는데 이를 저작권 침해로 규정 가능한지 여부가 관심 사항이 됐다”고 말했다.

프리파이어 게임화면(위)과 호프리스랜드 게임화면. 게임 시작 전 대기 장소(위)는 물론 게임 시작 후 화면도 유사하다.

제작사인 펍지는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모바일 버전 출시에 대한 계획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펍지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는 기존 PC와 마이크로소프트(MS) 엑스박스 플랫폼 외에도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지만 모바일 버전 출시는 확실하게 이야기 할 순 없다”며 “현재는 정식 출시 이후 서비스 안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배틀로얄 장르 자체가 새로운 게임은 아니지만 게임방식, 캐릭터, 그래픽, 배경, 원화 유사성은 저작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크게 문제가 되는 인기작이 나오면 대표작에 대한 저작권 문제를 제기해 대응하고 플랫폼을 확장하면 원작이 가지는 힘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 회사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