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제너럴모터스(GM)가 ‘철수설’에 휩싸인 한국GM에 대한 실사 시기 및 방법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GM이 지난 13일 한국GM 군산공장을 폐쇄하겠다고 결정한 이후 정부는 본사의 고금리 대출과 납품가격, 과도한 연구개발(R&D) 비용 등에 대한 세부 자료를 한국GM에 요청하는 등 산업은행의 유상증자 참여를 포함해 한국GM을 지원하기에 앞서 실사에 나설 계획이지만 양측은 아직 구체적 방안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GM 철수의 다음 타깃은 한국일까. 메리 바라 GM 회장이 지난해 매각을 결정한 유럽 자회사 오펠의 로고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 일자리 30만개 걸린 한국GM...군산공장 폐쇄에 당황한 정부

정부 관계자는 18일 “한국GM에 대한 실사 시기와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GM측과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협의가 마무리되면 예정대로 실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3일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한국GM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한국GM을 실사해 경영상황을 확인한 뒤 GM측과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정했다.

하지만 군산 공장폐쇄 결정 이후 며칠이 지났지만 정부와 GM은 한국GM 실사를 놓고 아직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등에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GM이 어느 정도 자체적으로 생존 가능한 기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일차적 목표”라며 “그래야 일자리도 유지되고 지역경제도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GM이 전면 철수하게 되면 협력사 등을 포함해 30만개의 일자리가 위태로울 것으로 추정된다.

◇ ‘먹튀’ 논란 들여다 보겠다는 정부 vs 자본 보강 지원하라는 GM

국내 자동차업계와 금융권에선 GM의 ‘먹튀’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GM이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이후 한국GM에 투입한 돈은 9200억원에 정도지만 한국GM을 통해 미 본사로 가져간 돈은 3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GM이 GM 관계사에 고금리 이자를 지급했고 납품비용과 연구개발(R&D)비용을 부풀려 본사에 제공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고금리 대출 논란의 쟁점은 한국GM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GM관계사에 연 5% 안팎의 이자율로 4620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차입금 이자율(기아자동차 0.19~2% 중반·현대자동차 1.49~2.26%·쌍용자동차 0.3%~3.51%·르노삼성자동차 0%)의 2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바른정당 지상욱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GM은 국내 은행권이 한국GM에 대한 대출을 거절한 데 따른 결과였다고 주장한다.

과도한 R&D 비용에 대한 논란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누적적자보다 많은 1조8580억원을 R&D 비용으로 지출했다는 것이다. 한국GM은 연구개발비를 국내 상장사와 달리 보수적으로 비용 처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납품가격 논란도 있다. 한국GM이 해외 계열사에 원가 수준의 싼 간격에 반조립 차량을 수출하다 보니 매출 원가율이 90%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매출 원가율은 총 매출액 중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영업활동의 능률성을 평가하는 지표다. 이 비율이 90%를 넘었다는 것은 한국GM이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본사에 차량을 판매해 거의 이윤을 남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 의원에 따르면 한국GM의 매출원가율은 93.8%로 국내완성차 4개사 평균 매출원가율(80.1%)보다 13.7%포인트 높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어떤 내용을 실사하게 될지는 부처 간의 협의가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와 금융권에선 정부가 세간의 논란을 그냥 덮고 넘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한 GM은 한국GM에 대한 자본보강 계획과 이에 따른 지원을 정부에 요구했다. 한국GM의 부채 2조7000억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산업은행이 정책자금을 지원하라는 것이다.

한국GM이 미국 본사로부터 차입한 2조원 이상의 부채와 관련해, GM이 출자전환하는 대신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17.02%)도 5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또 한국GM에 투입하는 자금에 대한 세제혜택 등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한국GM의 자구안과 함께 GM의 신규 생산물량을 한국GM에 우선 배정해 한국GM의 생산라인이 지속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GM은)지금 상태로는 어차피 생존이 어렵다”며 “GM이 어떤 정상화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실사를 통해 판단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GM이 들고 온 자구안이 합리적인 것이라고 판단되면 정부도 한국GM의 정상화를 위해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