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차 이한나(28·여)씨는 이번 설 연휴에도 세뱃돈을 줄 조카가 없어 마음이 씁쓸하다. 자녀를 낳지 않을 계획인 이씨 부부는 친언니의 자식을 자기 자녀처럼 키울 계획이었다. 하지만 작년에 임신을 계획했던 이씨 언니도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자녀를 갖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씨 남편의 형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터라 이씨는 친정뿐 아니라 시댁에서도 세배를 받을 조카가 없다.
이씨는 "자녀를 낳기는 싫어 어렸을 때부터 조카에게 세뱃돈을 예쁜 봉투에 넣어 주며 키우는 삶을 소망했는데, 가족뿐 아니라 친구들도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해 골드앤트의 꿈은 이루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골드앤트족(族)은 높은 구매력을 갖고 있으면서 조카를 위해 지출을 아끼지 않는 고모나 이모를 의미한다. 이씨는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도 손주들에게 세뱃돈을 주고 싶은 눈치지만 부모님도 자식들의 사정을 아니까 서운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딩크족(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과 결혼조차 하지 않는 젊은층이 늘어나면서 아이들 세배가 없는 명절을 보내는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15일 통계청의 장래 가구 추계(2015~2045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 1901만3000가구 중 '부부+자녀'로 구성된 가구는 613만2000가구로 가장 큰 비중(32.3%)을 차지했다. 1인가구는 518만가구(27.2%), 부부로만 이뤄진 가구는 295만2000가구(15.5%)였다.
그러나 내년이 되면 1인가구와 부부+자녀 가구의 비율은 역전되고, 2025년에는 전체 2101만4000가구 중 1인가구는 670만1000가구로 가장 큰 비중(31.9%)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2025년 부부+자녀 가구는 전체 가구 중 30.4%, 부부로만 이뤄진 가구는 18.3%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체 가구의 평균 가구원 수도 2015년 2.53명에서 점차 감소해 2025년 2.34명, 2035년 2.22명, 2045명 2.10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이 점차 사라지고 '나홀로 가족'이 가족의 표준이 되는 시대가 다가오는 셈이다.
남녀 생애미혼율은 2015년 8.0%에서 2025년 2배 수준인 16.6%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35년에는 2015년의 3배 수준인 24.6%로 추정된다. 생애미혼율은 50세 전후(45~49세와 50~54세 미혼율의 평균)까지 결혼하지 못하는 인구의 비율을 뜻한다.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사라져가는 모습은 부모를 모시고 3대가 같이 살거나 형제·자매 등 친족과 같이 사는 가족이 줄어드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부모와 부부·미혼자녀가 함께 사는 3세대 가구는 작년 46만가구에서 2045년 39만9000가구로 13.3%(6만1000가구)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부부·미혼자녀가 형제·자매와 함께 사는 친족·가구도 작년 7만6000가구에서 2045년 6만6000가구로 13.2%(1만가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저출산으로 아이를 적게 낳다 보니 부부·자녀가구를 이루는 가구 자체가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며 "부부·자녀가구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자녀 독립이나 사별로 인해 1인가구로 들어가게 되기 때문에 평균 가구원수는 앞으로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명절은 가족의 유대감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으로 여겨졌지만 저출산 사회가 지속하면서 명절은 여러 휴일 중 하나로 변할 것"이라며 "젊은이들은 명절 자체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