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대표적인 '감정 노동자'인 콜센터 상담사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점심시간(12~13시)에 일반 상담을 중단시키기로 했지만, 여전히 욕설·성희롱 같은 근무 환경을 해치는 요소로 인해 상담사들이 고통받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2일 "콜센터 상담사의 점심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통신업체 콜센터의 점심 시간 일반 상담을 4월부터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주요 4개 통신업체의 콜센터 상담사들이 길어지는 상담으로 인해 점심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후속 대책이다.
그동안 통신4사 콜센터 상담사 1만6000여명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6교대로 점심 시간을 가져왔다. 하지만 상담 시간이 길어지고 계속 교대 시간이 바뀌면서 식사를 제 시간에 하지 못해 소화불량 같은 질병에 걸리는 상담사들이 늘어났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점심 시간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2교대제로 개편하고 점심 시간에는 단말 분실·서비스 장애 같은 긴급 상담만 가능하게 했다. 전화를 건 일반 상담 고객들에게는 상담사가 오후에 다시 전화하는 콜백 서비스도 운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콜센터 상담사들의 근무 환경은 여전히 좋지 않다. 불규칙 식사로 인한 소화불량은 물론 성희롱과 욕설로 인한 스트레스는 꾸준하다.
KT 측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월 평균 174건의 성희롱·욕설 전화가 걸려온다. 타사들도 평균 170건을 웃돈다. 통신업체의 한 관계자는 "직접 당한 직원들에 의한 집계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더 많은 점을 감안하면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16년 콜센터 근무자 11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85%가 '고객 언어폭력을 경험했다'고 했다. 또 언어폭력 경험자 중 74%가 '참고 넘긴다'고 응답했다.
보통 하루에 1인당 평균 70콜을 소화하는 콜센터 상담사들은 하루에 최소 6~8번 꼴로 욕설·성희롱 전화를 받거나 화가 난 고객을 맞이한다. "목소리가 섹시하다", "오늘은 스타킹을 신었느냐" 같은 성희롱 발언과 "날 무시하냐", "죽고 싶냐" 같은 욕설이 대부분이다. 서비스에 관한 질문을 받아도 화가 난 고객의 경우 상대하기 쉽지 않다. 성희롱·욕설 고객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원형탈모나 우울증, 역류성식도염에 걸리는 직원들도 있다.
콜센터 상담사 A(24·여)씨는 "하루에 고작 6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1번이라도 들으면 그 날 하루의 감정을 조절하기가 어려울 정도다"며 "우울증 초기 증상도 겪어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인사고과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봐 병원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114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KT IS·CS는 2013년 6월 상습 성희롱·욕설 고객을 회사가 직접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SK텔레콤의 경우 악성 고객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이들을 상대하고 법적 대응도 하는 전문 부서를 운영한다.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도 성희롱·욕설 고객에 3번 이상 경고 후 강제로 끊는 것과 같은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성희롱·욕설 고객은 언어폭력·성희롱 가해자지만 동시에 잠재 고객이기 때문에 함부로 대하기도 어렵다. 또 강제로 전화를 끊어도 고객은 다시 전화를 걸 수 있기에 미봉책에 불과한 상태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나중에 대책이 생겨서 언어폭력이나 성희롱 관련해서 고발을 한다 하더라도 잠재 고객을 잃는 위험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궁극적인 것은 고객들이 상담사들을 가족이나 친구처럼 생각하고 대해주는 것이 최선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고낙준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시장조사과장은 "현재 통신4사 업체들이 상담사들이 겪는 성희롱·욕설 고객들 관련 애로사항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를 원하고 있다"며 "하지만 성희롱은 범죄 가능성이 높아 고발이 가능하지만 단순 욕설이나 소리를 지르는 정도로는 고발이 어려운 상태다. 이런 것까지 모두 보호하는 대책을 위해 현재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