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1심 공판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이 ‘일본 기업 논란'을 없애기 위해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선과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일본 롯데홀딩스의 영향력 축소 작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무엇보다 신 회장의 구속에도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지를 계속 보낼 것인가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된다. 신 회장은 지난해 4월 출국금지가 풀린 이후 수차례 일본을 찾았다. 실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본 측 경영진의 지속적인 지지를 당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신 회장은 당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과 투자자들에게 재판에서 성실히 소명해 무죄를 밝히겠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현(신동빈) 경영 체제 지속’을 결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은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복귀 시도를 무마하며 신 회장에게 화답했다.

그러나 신 회장이 구속되면서 일본 롯데 임원들이 신 회장을 계속 지지할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본은 경영진의 도덕 문제에 한국보다 민감하고, 신 회장은 일본 롯데 임원들에게 재판에서 무죄를 밝히겠다고 강조해 왔다”며 “최악의 경우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들이 신 회장에게서 등을 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 출범으로 한국 롯데 지배력을 한층 강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호텔롯데, 롯데물산, 롯데케미칼 등에 대해선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배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이들 계열사가 일본 경영진의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근 롯데홀딩스 지분 28.1%를 보유한 광윤사(光潤社)의 등기이사로 부인 조윤주씨를 앉힌 것은 두 사람이 실형으로 롯데홀딩스 영향력을 상실할 경우 부인을 대리로 내세워 일본내 경영권에 영향력을 끼치겠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제기된 바 있다.

◆ 롯데지주 출범했지만 롯데호텔 - 롯데물산 - 롯데케미칼은 일본이 지배

롯데지주는 국내 계열사 91개 중 51개사를 편입했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의 지분 13.0%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로 롯데지주 산하 계열사를 확고히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호텔롯데 - 롯데물산 - 롯데케미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고리의 경우 여전히 일본 롯데홀딩스와 L1~L12 투자회사가 100% 지배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화학계열사와 호텔 및 관광 계열사를 편입하기 전까진 유통, 식품 계열사만을 품은 ‘미완의 지주사’에 불과하다.

호텔롯데는 국내 1위 면세업체 롯데면세점을 운영하는 알짜 회사다. 롯데물산은 롯데그룹의 심장인 롯데월드타워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유통, 식품 중심이던 롯데그룹 포트폴리오 확장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2016년 매출은 13조2235억원, 영업이익은 2조5442억원에 달했다.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화학 계열사와의 분할합병,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호텔롯데가 운영하는 롯데면세점의 실적 악화 등으로 인해 기업가치가 하락하면서 호텔롯데의 상장이 늦어지고 있었다.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격해지던 2015년 10월 20일, 고바야시 마사모토 일본 롯데홀딩스 CFO가 승용차에 올라타고 있다.

◆ 최악의 경우 일본 롯데홀딩스 독자행동 가능성도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독자 노선을 걷는 것이다. 신 회장과 일본 롯데홀딩스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 일본 롯데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 고초 에이이치(牛膓栄一) 일본 롯데물산 대표 등은 신동빈 회장을 도와 창업주인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축출했다. 특히 이 중 고바야시 마사모토 일본 롯데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는 전 한국 롯데캐피탈 대표로, ‘한·일 롯데의 비자금 창구’라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신 회장이 일본측 경영진을 설득한 주요 근거인 ‘무죄 소명’이 실패한만큼 이들이 독자행동에 나설 경우 호텔롯데 고리 안의 계열사는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의 지배를 받게 될 수밖에 없다. 일본에선 경영진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물러나는 것이 관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