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충북 제천의 한 홍삼 가공공장. 짙은 갈색의 홍삼 농축액 대신 백색 분말이 알약 캡슐에 담겼다. 동원에프앤비가 지난달 출시한 홍삼 가공식품 '메가사포니아 씨케이 맥스'다. 갈색의 홍삼 농축액을 분해하고 발효시켜 만든 '컴파운드케이' 성분으로 만든 제품이다. 동원에프앤비는 "일반 인삼에 비해 약리 성분이 최대 23배나 높다"고 설명했다.

◇홍삼 농축액 분해·발효한 컴파운드케이

동원에프앤비가 홍삼 농축액의 흡수력을 높인 제품을 내놓으며 홍삼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면역력 증진과 신경 안정, 암 발생 억제 등 홍삼의 핵심 효능은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란 성분 속에 들어 있다. 인삼에만 들어 있는 진세노사이드의 최대 약점은 몸에 잘 흡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5일 동원에프앤비의 홍삼 제품‘메가사포니아 씨케이 맥스’를 생산하는 충북 제천의 건강기능식품 공장에서 직원들이 캡슐의 이상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홍삼 농축액을 분해해 발효시킨 컴파운드케이는 일반 홍삼보다 약리 성분의 체내 흡수율이 더 높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인 4명 중 한 명은 진세노사이드 분해에 필요한 장내 미생물의 수나 기능이 부족해 홍삼을 섭취해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노진철 동원에프앤비 건강기능식품사업부 팀장은 "천연 진세노사이드가 체내에서 장내 미생물에 의해 컴파운드케이로 분해된 뒤 흡수되는데, 이런 분해 과정을 거친 컴파운드케이를 섭취하면 흡수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정홍근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미생물 발효에 의해 컴파운드케이로 전환된 진세노사이드를 섭취하면 홍삼의 약리적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홍삼을 먹어도 효능을 보지 못하는 한국인 25%는 컴파운드케이를 섭취하면 효과를 볼 수 있고, 그 밖의 경우에도 흡수율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컴파운드케이의 항산화력은 비타민C의 약 40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진철 팀장은 "항산화력이 높은 컴파운드케이를 섭취하면 당뇨병과 같은 혈관 염증 질환의 예방과 치료를 돕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간을 보호하고 손상을 회복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에게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체내 흡수력 높인 제품으로 정관장 독주에 제동 걸겠다"

지난해 국내 홍삼 시장 규모는 약 1조6000억원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기능식품협회가 지난해 제품별 판매액을 집계한 결과, 전체 판매액 중 홍삼이 38.1%로 가장 많았다. 이어 단일 비타민(21.9%), 프로바이오틱스(21.6%), 종합 비타민(20.9%), 오메가3(14.4%) 순이었다.

국내 홍삼 시장의 70%는 KGC인삼공사의 '정관장'이 차지하고 있다. 후발 주자들은 흡수율 제고 등 새로운 전략을 앞세워 정관장 독주 체제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롯데헬스원은 젤리 형태의 홍삼 제품을 내놓아 20~30대 젊은 층 공략에 나섰고, 고철남홍삼 등은 오픈마켓 등을 통해 판로를 차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