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전북 군산시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앞에 검은색 점퍼를 입은 경비원 2명만 지키고 있을 뿐 인적이 없었다. 정문 앞 골목에는 대형 트럭이 멈춰 서 있었다. 원래 이 공장에서 만드는 '크루즈'와 '올란도'에 들어가는 부품을 실어나르던 차들이다. 이 공장은 8일부터 이달 말까지 가동이 중단된다. 크루즈·올란도가 잘 안 팔려 수천 대씩 재고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공장 주변 골목 곳곳에는 크루즈·올란도 새 차를 초저리로 할부 판매한다는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미국GM 본사와 우리 정부가 한국GM 처리 방안을 논의하면서 불붙고 있는 '한국GM 철수설'이 현실화하면, 군산 공장은 구조조정 1순위로 꼽힌다. 이 공장은 지난해 이후 가동률이 20%대에 그치고 있다. 가동 일은 한 달에 5~6일뿐이다. 2월 들어서는 나흘만 가동했다. 하지만 회사는 노조 요구에 따라 공장이 멈춘 날에도 근로자들에게 평균 임금의 80%를 휴업수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다.

9일 오후 전북 군산시 한국GM 공장. 전날 가동이 중단되면서 정문 출입이 통제되고 인적은 끊겼다. 이 공장은 생산 차량 재고가 수천 대씩 쌓이면서 수시로 가동이 중단돼 가동률이 20%대에 머물고 있다.

한국GM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누적 적자가 2조원에 달했고, 작년에도 6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작년 1분기에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한국GM의 작년 판매량(52만4547대)은 전년보다 12.2% 감소했다.

4년 누적 손실 3조원 육박

한국GM 고전의 가장 큰 이유는 제품 경쟁력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해 내놓은 신차 '올 뉴 크루즈'는 2월 6일 양산을 시작한 지 사흘 만에 에어백 부품 문제로 생산을 중단, 정상화하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렸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서 흥행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GM은 제품군 가운데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는 작년 내수 판매(13만2377대)가 2016년보다 26.6%나 줄어든 데서 잘 나타난다.

GM 본사의 전략은 수출이 줄어드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GM의 실적이 나빠지기 시작한 2013년은 GM 본사가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기로 결정한 시점이다. 크루즈·스파크 등 한국GM의 쉐보레 브랜드 유럽 수출 물량은 연간 20여만대 규모였지만 쉐보레가 유럽에서 빠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GM의 완성차 수출 대수는 2013년 63만대에서 지난해 40만대 밑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GM 본사는 한국GM의 수출 부진을 보완할 수 있는 신차를 한국GM에 배정하지 않고 있다.

강성 노조도 발목을 잡고 있다. 공장을 놀리고 적자가 쌓이고 있지만 노조의 요구로 해마다 임금을 올려 2013년 7300만원이던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지난해 8700만원으로 20% 정도 올랐다. 한국GM 출범 당시 2002년의 2.5배다.

"지원 여부 빨리 결정해야 할 시점"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원이든 무엇이든 일정한 결론을 빨리 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우선 GM은 한국에서 철수할 의사가 없다면 자금 지원 방법을 비롯한 구체적인 대책을 빨리 내놓고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GM 본사가 한국GM이 직간접적으로 만드는 일자리 30만개를 볼모로 잡고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며 배짱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도 빨리 의사 결정을 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정부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GM이 협상 과정에서 철수 얘기를 꺼낼 경우 생길 파장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시간을 끌다가는 한국GM은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