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과 판매량이 시장포화로 인해 2016년보다 줄어든 가운데, 화웨이의 성장이 눈에 띈다.
8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시장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17년 중국 시장 스마트폰 출하량이 2016년보다 1% 감소하고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은 2016년 4억6730만대에서 4억4430만대로 4.9% 감소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7일(현지시각)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라며 "중국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과거보다 길어진 탓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체적으로 중국 내수 시장이 포화상태라 올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시장 침체와 별도로 화웨이의 성장이 눈에 띈다. 최근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자료를 보면 2017년 화웨이 판매량 증가율은 18.6%를 기록해 점유율 20.4%로 중국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다른 중국 업체들이 평균 10%의 성장률을 보인 것에 비하면 약 2배 차이다. 그 뒤를 오포(18.1%), 비보(15.4%)가 뒤쫓았다. 샤오미는 12.4%로 4위, 애플은 11%로 5위, 삼성전자는 3%로 6위를 차지했다.
중국 내수 스마트폰 시장뿐 아니라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화웨이의 선전이 이어졌다. 화웨이의 2017년 전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은 10%로 삼성전자(21%), 애플(14%) 다음인 3위를 차지했다. 자사 저가 브랜드 '아너'의 성장과 매니아층을 구축한 브랜드 인지도 덕이다.
프리미엄 폰 시장을 노리면서 중저가 시장 확대를 원하던 화웨이는 중저가 제품 판매시 저가 이미지가 화웨이 브랜드를 망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해왔다. 이에 화웨이는 2013년 '아너(Honor, 룽야오)'라는 브랜드를 따로 만들고 중저가 온라인 판매 시장에 뛰어 들었다.
아너는 온라인 판매 채널에 집중하면서 2014년 당시 온라인 판매 1위였던 샤오미를 제쳤다. 가성비(가격대비성능)를 중요시 해 가격 인하 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한 샤오미와는 달리 아너는 품질·혁신·서비스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2017년 역시 아너의 해였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싸이눠(赛诺·시노)의 자료를 보면 아너는 2017년 5450만대(약 13조3240억원)의 스마트폰을 팔고 샤오미는 2017년 5094만대(약 10조9251억원)의 스마트폰을 팔았다.
또 화웨이는 독자적인 매니아층을 구축했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고품질을 지향하는 화웨이의 제품이 중국 이용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졌다. 이용자 대부분이 "저렴하지만 품질이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1월 24일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 2018 글로벌 IT(정보기술) 매체 주관 어워드에서 화웨이의 스마트폰 '메이트 10 프로'가 '2017 올해의 스마트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가 매니아층이 구축돼 아무리 못 팔려도 4000만대씩 팔리는 것처럼 화웨이도 독자적인 매니아층이 구축돼 아무리 못 팔려도 800만~900만대씩은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화웨이는 다변화 전략을 통해 중국뿐 아니라 전세계를 노리고 있다. 특히 화웨이는 미국과 유럽에 투자를 하면서 시장 공략에 나서는 중이다. 7일 차이나데일리는 "화웨이가 앞으로 5년간 영국 통신기술과 서비스에 30억파운드(약 4조5787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유럽 진출에 힘을 쏟는 화웨이는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유럽 주요 국가 모두에서 2016년 기준 점유율 10%(독일 시장조사업체 GFK 자료)를 돌파했다. 또 화웨이는 영국 이동통신사 '쓰리(Three)'와 손잡고 캐시백 같은 할인 혜택을 내세워 유럽을 공략하고 있다. 화웨이 스마트폰 '메이트 10 프로'나 'P10'을 구매하면 100유로(약 13만4000원) 캐시백과 태블릿PC를 무료로 주는 식이다. 시장조사업체 GFK 자료를 보면 화웨이는 2017년 포르투칼 스마트폰 시장에선 47%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분위기가 다르다. 미국 이동통신사 'AT&T'와 '버라이즌'은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계획을 각각 1월 8일(현지시각), 1월 30일(현지시각) 철회했다. 미국 규제 당국이 중국산 장비에 대해 보안 위험 관련 조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받으면서다. 실제로 중국 업체들은 제품에 '백도어(기기 사용자 개인정보가 주인 동의없이 서버로 전송되는 것)'를 설치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심지어 7일(현지시각) 미국 정부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나 ZTE의 통신장비 구매나 임차를 금지하는 법안이 미국 상원에 발의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톰 코튼(아칸소)과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이 '화웨이는 사실상 중국 정부에 속한 기관이며 미국 안보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법안을 발의했다"고 전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로 중국 업체들이 백도어 이슈가 많았던 만큼 미국 정부에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또 애플이 미국 시장을 잡고 있고 백도어 이슈도 있기에 미국 시장에서 화웨이의 선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러 해외 매체들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삼성전자와 2위 애플을 위협하는 화웨이가 그 뒤를 바싹 추격하며 격차를 줄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IT 전문 매체 '더 스타 온라인'은 '어떻게 하면 화웨이가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 시장 독점을 무너뜨릴까(How Huawei can break Apple and Samsung's smartphone grip)'라는 제목의 칼럼을 1월 9일 게재해 "화웨이의 실력은 이미 유럽에서 증명됐고, 화웨이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애플과 삼성 구도를 무너뜨리는 건 힘들어 보이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해외 매체들은 화웨이가 유럽에서 신작인 'P20'을 3월 공개하면서 성장에 가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고 있다. 카메라가 3개인 일명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할 예정인 P20은 3월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공개된다. 미국 IT 매체 '폰아레나'는 7일(현지시각) "발송된 초대장을 보면 000이 세개가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트리플 카메라를 뜻하는 티저 광고로 보인다"며 "P20에 트리플 카메라가 탑재될 확률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