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한 건 해외 잠재 부실에 대한 두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의 분기 손실만 호반건설 한 해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라 인수에 부담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우건설은 2016년 해외 손실을 털어내면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적이 있는데, 지난해 4분기에도 추가 손실이 발생했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에 감춰진 해외 부실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인수 포기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 1432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모로코 사피(Safi) 현장에 3000억원의 추가 원가가 반영되면서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한 해 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4분기 손실 탓에 437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올해 열린 '호반그룹 신년 전략회의'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2016년 4분기에도 대우건설은 대규모 해외 손실을 털어내는 빅배스(Big Bath)를 단행하며 76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탓에 2016년 한 해 동안 503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사우디 자잔 플랜트 현장에서 4500억원, 알제리 RDPP 플랜트 현장에서 11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대우건설의 2017년 4분기 손실이 일회성 손실이라고 보고 있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험 운전 중 기기파손에 따른 일회성 손실로 보이지만, 사피 현장 준공 전까지는 해외부문 수익성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수익 현장의 추가 손실 우려가 남아있다는 의견도 있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회계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2010년 전후에 수주한 중동 플랜트 사업 손실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미청구공사금액과 매출채권이 모두 손실로 잡힐 수도 있다. 더군다나 이번에 대우건설의 해외 손실액 3000억원은 호반건설 입장에서는 한 해 매출액의 3분의 1에 해당할 정도로 큰 편이다. 이 정도의 손실이 앞으로 잇따라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호반건설은 겁에 질릴 수밖에 없다. 국내 건설사의 경우 해외에서 1조원대의 영업손실까지 본 적이 있다.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는 가뜩이나 "새우가 고래를 집어삼킨다"는 우려가 있었다. 대우건설이 추후 해외 추가 부실을 내면 호반건설의 살림도 위험해질 수 있다.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 반발과 특혜설에도 흔들리지 않던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4분기 손실을 확인하고 적잖이 당황한 듯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