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을 세계로 이끈 수송업계의 거인, 한진그룹 창업주, 조중훈 1920-2002'
'輸送報國, 외길 八十年, 수송을 통해 국가에 보답한다'
지난 6일 찾아간 서울 여의도 유수홀딩스 빌딩 6층에는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얼굴이 새겨진 기념주화 수십 개가 버려져 있었다. 유수홀딩스 빌딩 6~7층은 한진해운의 미주‧아주 영업망을 인수한 SM상선이 지난 1년 간 사무실로 쓰던 곳이다.
이 사무실은 SM상선이 최근 마곡에 있는 그룹 본사로 이사한 이후 청소작업이 한창이었다. 바닥 타일은 여기저기 벗겨져 있었고, 곳곳에 쓰레기들이 쌓여 있었다. 한때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던 세계 7위 규모 해운기업 본사가 있던 곳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나마 바닥에 떨어진 조 창업주의 기념주화를 발견하고서야 한진해운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옆엔 한진해운이 미국과 유럽에서 터미널을 개척할 때마다 받아 온 각종 기념패들도 버려져 있었다. 지저분한 사무실에서 버려진 물건들을 보고 있자니 수송거인의 수송보국이란 꿈은 끝난 것처럼 보였다.
한진해운은 여의도 사옥 뿐 아니라 한국 해운의 주력이었던 북미항로에서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7일 미국 해운조사기관 피어스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상선 북미항로 점유율은 5.5%를 기록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모두 있던 2015년(12.1%)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 난 것이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이 가지고 있던 점유율 7.4% 중 0.8%포인트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현대상선만 보면 점유율은 늘었지만, 한국 원양해운 전체로 보면 크게 줄어들었다. 한진해운이 운송하던 물량은 대부분 중국, 일본 등 외국 선사들이 가져갔다.
한진해운이라는 거대 선사를 키우는데 4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이후 1년 6개월 만에 어디서도 흔적조차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국 해운업계는 한진해운 파산으로 무너져버린 해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그 중 핵심은 한국해양진흥공사다. 해양진흥공사는 최근 설립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오는 7월 1일 출범을 위한 사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해양진흥공사 설립만으로 무너진 해운 경쟁력이 바로 원상회복될지는 의문이다. 지원 방안이 사실상 현대상선에 집중됐을 뿐 아니라, 현대상선이 신조 선박을 대거 확보하더라도 자리를 잡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이 축적한 40년이란 시간을 따라잡는 방법은 여러 선사들이 힘을 한 곳에 모으는 방법 밖에 없다. 한국 선사 간 협력이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