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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대기업들이 올해부터 2022년까지 총 2조원을 중소기업에 투자해 소재·장비 기업과 상생협력을 추진한다. 선순환적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래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할 기술을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들과 상생발전위원회를 만들어 기업들의 투자 애로 사항을 해소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관계자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장비 관련 중소기업 대표, 학계 전문가 등 20여명과 함께 상생발전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반도체·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운영되는 상생발전위원회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주요 기업들을 포함한 산·학·연 전문가 20여명으로 구성됐다. 상생발전위원회는 이날 업계 상생발전 공동선언, 대학 연구개발(R&D) 및 인력양성 지원 방안, 기술유출 방지 협력 등 3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상생발전위원회는 삼성과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이끌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기업이 2022년까지 5년 동안 약 2조원을 들여 중소기업을 지원해 월드챔프 소재와 장비를 만들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대기업 양산라인을 활용해 중소기업 제품의 성능을 평가하는 사업 횟수를 현재 연평균 10건 수준에서 올해 100건 수준으로 늘리는 식이다.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양산라인을 활용해 소재·장비 성능을 평가하는데 1건당 약 10억원이 들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상생발전위원회는 약 1조원의 자금을 확보해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대출 지원을 받도록 할 계획도 세웠다. 6000억원을 확보해 기술 개발이나 설비 확충을 할 때 대기업으로부터 저리로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고, 1·2차 협력사 간 결제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물대펀드 4700억원도 조성한다. 정부와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함께 전문 인력도 공동으로 양성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성장하면 후방산업 경쟁력도 높아져 대기업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상생발전위원회의 주요 상생협력 전략 내용.

상생발전위원회는 반도체 분야에서 기존 반도체보다 성능은 1000배 좋지만, 전력소모는 1000분의 1 수준인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해 효율성이 높은 탄화규소, 텔룰라이드, 질화칼륨 등의 신소재를 상용화하는 기술을 연구한다. 공정 측면에서도 나노 단위보다 작은 극미세 공정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뇌구조를 모방한 뉴로모픽칩,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인공지능(AI)을 탑재하는 엣지컴퓨팅 기술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기존 플렉서블(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보다 신축성이 20% 이상 뛰어난 신제품을 개발한다. 소재 사용을 60% 줄이면서 공정시간은 50% 단축하는 프린팅 방식의 생산체계 개발도 추진한다.

상생발전위원회는 이와 함께 새로운 시장 창출에도 나선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자동차와 가전, 에너지, 바이오, 기계 등 5개 수요 분야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공동으로 R&D 사업과 표준 개발, 해외진출 등을 추진한다. 또 인력유출과 기술 사장(死藏)을 방지하기 위해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내년 신설하고, 투자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민관정부 합동지원반을 주기적으로 개최할 방침이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인 만큼 국내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범정부 차원에서도 기업들의 투자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상생협력위원회 참여 명단. 상생협력위원회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대기업 각 대표,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 대표, 대학교수 등 20인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