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3트 버블(bubble·거품)'이란 말이 있습니다. 비트코인, 셀트리온, 강남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거죠. 시장이 과열되면서 세계적으로 '버블'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조선일보와 에프앤가이드가 공동 개최한 '2017 베스트 애널리스트'에서 기업분석 부문 최우수 베스트애널리스트상을 받은 메리츠종금증권 박중제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자산 가격의 버블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쳤다. 호황(好況)에 따른 가격 급등이 "올해 세계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라는 것이다.

◇"자산 가격, 올라도 너무 올랐다"

박 팀장은 "버블 우려는 가격 그 자체에 있다"고 했다. 자산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것 아니냐는 생각이 퍼질수록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이다. "미국 주식시장의 경우 장기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판단하는 지표가 1990년대 후반의 IT 버블, 1920년대 대공황에 이어 현재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상황입니다." 주식시장이 별다른 조정 없이 너무 오랫동안 상승세를 보인 점도 버블의 징후로 볼 수 있다. 박 팀장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 뉴욕 증시의 S&P 500지수는 매년 최소 5~10%가량은 떨어졌는데, 2016년 이후로는 이런 약한 조정마저 없었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탄 주식시장은 "이례적일 정도의 강세장이었으며 이것은 비정상"이라는 것이다.

메리츠종금증권 박중제 투자전략팀장.

이 밖에도 4차 산업혁명 이슈가 부각되면서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른 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 규제 완화 움직임, 각국 중앙은행의 지나치게 신중한 통화정책 등도 버블을 만들 수 있는 요인들로 꼽힌다. 재닛 옐런 전(前)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4일(현지 시각) 주식과 상업용 부동산을 가리키며 "너무 높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지만, 높은 수준이라고는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향후 벌어질 수 있는 위기(리스크) 요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과열된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 벌써 하락세를 보이는 리테일몰(도시 외곽의 대형 쇼핑몰) 등의 일부 상업용 부동산, 아마존·구글과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전방위적 규제 움직임을 들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 플랫폼 기업에 망(網) 중립성, 개인 정보 보호 관련 규제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미국 증시를 떠받치는 이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망 중립성이란 통신 업체들이 인터넷망을 사용하는 업체들로부터 돈을 받고 특혜를 제공하거나 네트워크 속도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최근 폭락세는 곧 회복될 것"

버블에 대한 시장의 우려일까. 지난달까지만 해도 거침없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던 세계 증시는 최근 급락세로 돌아섰다.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이달 들어 2거래일 만에 7% 넘게 하락했다(-1840.96). 미국 뉴욕 증시의 영향으로 아시아와 유럽 주요국 증시도 같은 기간 5~10%가량 주가가 떨어졌다. 박 팀장은 최근의 증시 쇼크에 대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우려로 표출됐다"며 "곧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 조정의 빌미를 제공한 국채 금리 급등세도 1분기 이후 안정화될 것으로 봤다. 박 팀장은 최근 2.8%를 넘은 미국 10년물 금리가 "3%를 넘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폭락장은 곧 회복세로 돌아설 것입니다. 급등과 급락의 반복은 버블의 자연스러운 과정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의 저금리 정책과 그에 따른 경기 회복, 미국을 중심으로 한 산업 규제 완화 등이 맞물리면서 올해 주식을 비롯한 위험 자산 가격은 오를 겁니다. 하지만 가격이 끝도 없이 오를 수는 없습니다. 버블이 꺼지는 순간이 내년이 될지, 내후년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부터 그에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