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 제수용품 구매…전통시장 9만4000원, 대형마트 12만6340원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 결제가 유리…10만원으로 11만원 효과

매년 명절이면 치솟는 차례상 물가에 서민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올해는 한파로 채소값이 폭등해 주부들의 근심이 커졌다. 한푼이라도 더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추운 날씨 속에서도 시장과 마트를 뛰어다니며 가격을 비교해 보기도 한다.

이러한 소비자를 위해 조선비즈는 5일 각각 10만원을 들고 전통시장(서울 광장시장)과 대형마트(서울 이마트 왕십리점)를 찾아 차례상 쇼핑에 나서봤다. 대가족이 해체되고 있는 환경에 맞춰 10만원 한도 내에서 3~4인 가구용 '미니 차례상'을 차려보고자 했다.

서울 종로5가역 근처 광장시장에서 전통시장 전용 '온누리 상품권'으로 차례상 쇼핑을 해봤다.

소품목 구매가 가능한 전통시장과 대량 판매 위주인 대형마트 특성상 품목이 완벽히 같진 않지만, 원산지와 용량을 최대한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10만원으로 푸짐한 차례상을 만들긴 요원했다.

21개 제수용품을 사는 데 드는 비용은 전통시장이 9만4000원, 대형마트는 12만6340원이었다. 두 곳의 가격차는 3만2340원으로, 시장이 마트보다 25.5% 가량 저렴했다. 특히 소고기 가격의 차이가 심했다. 한우 국거리를 사는 데 전통시장은 7000원(180g), 대형마트는 1만8000원(240g)이었다. 산적용도 전통시장은 8000원(190g), 대형마트는 1만4600원(200g)으로 6600원 가량 차이났다.

이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차례상 품목과 가격표. 전통시장의 총액이 3만2340원 더 저렴했다.


◇ 서울 광장시장 가보니...소량구매·온누리상품권 사용도 가능

흔히 서울 내 농수산물 유통 중심지로 가락시장을 얘기하지만 가락시장은 대용량 판매를 중점적으로 한다. 소가족용 차례상을 차릴만큼 적은 용량을 저렴하게 사기엔 어려움이 있어 서울 중심가에 위치한 광장시장을 택했다.

전통시장에서 구매한 차례상 식재료들.

기자가 전통시장에서 차례상을 위한 식재료를 사기 전 가장 먼저 한 일은 은행에 들러 온누리 상품권을 사는 것이었다. 온누리 상품권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발행한 상품권으로 전국의 모든 전통시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권종도 5000원, 1만원, 3만원 등으로 다양하다.

기자는 신분증을 들고 서울 광장시장 앞 NH농협은행에 들러 예산 10만원으로 온누리 상품권 1만원권 10장을 구입했다. 2월 1일부터 2월 14일까지 온누리 상품권 할인율이 기존 5%에서 10%로 상향 적용돼 9만원으로 상품권 10만원어치를 구매할 수 있었다. 1만원권 10장과 현금 1만원을 들고 전통시장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산적용 소고기 190g과 국거리용 소고기 180g을 각각 8000원, 7000원에 구매했다. 소가족용 상차림을 위한 것이라고 하니 원하는 만큼 소량만 구매할 수 있었다. 온누리 상품권 사용이 가능하냐고 묻자 김명성 제일축산 사장은 "물론 가능하다"며 "광장시장 대부분의 상가가 온누리 상품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마는 평소에 사용할 일이 많지 않아 A5 사이즈 정도의 다시마 1장을 1000원을 주고 구매했다. 이처럼 '소량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전통시장의 장점으로 꼽힌다.

다음으로 각종 전, 부침 등에 꼭 필요한 재료인 계란을 사기 위해 식품상회에 들어섰다. 계란 10개를 사려면 일반 마트에선 보통 3000원 이상을 줘야 하는데, 광장시장에선 2000원에 살 수 있었다. 삼색 나물을 만들기 위한 고사리, 시금치, 도라지를 살 때엔 주인 할머니의 인심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각각 반 근(200g)에 3000원, 3000원, 4000원을 주고 구입했는데, 반 근이 훨씬 넘는 양을 가득 담아주었다.

상인들에 따르면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점점 줄고 있다. 광장시장의 한 과일가게 모습.

난생 처음 전통시장에서 차례상 쇼핑을 해본 기자의 만족도는 별 5개 중 4개 수준으로 높았다. 먼저 10만원으로 11만원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10만원을 들고 가 9만4000원어치를 구매하고도 1만6000원이 손에 남았다. 또한 소량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차례상 이후 남는 재료를 처치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시장 상인들의 후한 인심에 부자가 된 기분이 드는 것은 덤이었다. 가래떡 상인 아주머니는 방금 구운 떡이니 먹어보라며 조청을 찍어 권하기도 했다.

다만 음식점과 차례상에 필요한 식재료를 살 수 있는 가게가 뒤죽박죽 섞여있다는 점은 아쉬웠다. 미로처럼 숨어있는 가게들을 찾기 위해 여러 번 같은 골목을 왔다갔다 해야 했다. 현금을 들고 가야 자유롭게 쇼핑이 가능하다는 것도 단점이다. 가게 형태로 매장을 운영 중인 곳은 대부분 카드결제가 가능하지만, 먹거리를 파는 노점은 카드결제가 안 되는 곳이 많다. 또한 온누리 상품권으로 결제를 하더라도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주는 것이 맞지만, 매출이 드러난다는 이유로 이를 꺼리는 상인들도 있다.

이러한 불편함 때문에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은 점점 줄고 있다. 광장시장에서 50년째 일하고 있는 김윤홍 광진과일 사장은 "20년 전까지만 해도 일손이 부족할 정도로 정신없이 바쁘게 일했지만, 이후로는 쭉 불황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 대형마트 전통시장보다 비싸지만 편리… 닭·사과·배 등 일부 품목은 저렴

대형마트는 업계 1위 이마트(서울 왕십리점)를 택했다. 대형마트는 최고급 선물용 상품부터 저렴한 제품까지 가격대가 넓어 중간값에 해당하는 것을 골랐다. 같은 종류의 제품 중에는 PB(자체브랜드) 상품을 택하고 포장된 상품은 최소단위로 구매했다. 또 1+1, 설 제수용품 특선 등 행사상품을 우선시했다.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차례상 식재료들.

대형마트의 차례상 총액은 12만6340원이었다. 닭, 사과, 배, 밀가루(부침가루), 시금치, 가래떡을 제외한 전 품목에서 전통시장이 더 저렴했다. 특히 고사리, 도라지 등 나물류에서는 대형마트의 중량이 적음에도 가격은 비쌌다. 소고기의 경우 같은 중량으로 환산해도 전통시장이 5800~6500원 더 저렴했다.

대형마트 제품의 특징은 대부분 '브랜드'가 붙어 있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대기업을 제외하더라도 횡성·홍천 한우, 고흥 다시마, 강원도 황태포 등 지역 브랜드를 강조하고 있었다.

가장 작은 용량의 제품도 일정 크기 이상으로 포장돼 있어 자유자재로 구매하기 힘들었다. 이런 소품목의 경우 포장 비용 등이 포함돼 전통시장보다 가격이 비싼 것으로 보였다. 공산품을 제외하고 대형마트가 확연히 저렴한 품목은 닭, 사과, 배 였다. 대량구매가 가능하고 회전이 빠른 상품인만큼 구매력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가 가능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가격 경쟁력에서는 전통시장이 뛰어났지만, 친절한 응대와 쇼핑 편의성면에선 대형마트가 부각됐다. 전통시장은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해 10%가량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고 대형마트 또한 전용 신용카드, 마일리지 적립, 캐시백 등 혜택이 있어 실제 구매가는 이보다 최대 5%까지 저렴해질 수 있다.

넉넉한 주차 공간과 한겨울 쾌적한 실내 환경은 대형마트만의 장점이다. 또 모든 마트 직원이 물품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어 필요한 물품을 찾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었다. 구매 후 환불을 시도하자 냉동·신선 제품 비용으로 구성된 12만6340원 전액을 500원짜리 부직포백을 포함해 즉각 환불해줬다. 전통시장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