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계에서는 '기름 회사가 최고'라는 말이 돌고 있다. 글로벌 수요 증가로 정유회사가 지난해 최고 실적을 올리면서 직원이 연봉의 절반에 달하는 돈을 성과급으로 일시에 받기 때문이다. 원유를 원료로 쓰는 화학업계도 '성과급 잔치'를 예고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실적 악화에 시달린 자동차와 구조조정이 한창인 조선업계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성과급이 줄거나 한 푼도 나오지 않는다. 주요 기업의 작년 실적 발표와 함께 성과 보상 시즌이 시작하면서, 업종별 빈부 격차가 생기고 있다.

◇최대 실적 정유, 성과급으로 연봉 50%

지난해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1조3112억원)을 올린 에쓰오일은 연봉의 50% 수준에서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작년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SK이노베이션도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GS칼텍스는 기본급의 950%(연봉의 47.5%)를 설 이전에 성과급으로 주기로 했다.

화학업계 직원들도 성과급 지급 날만 기다리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의 글로벌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LG화학을 비롯한 석유화학 업계는 기본급의 500~10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직급에 따라 많게는 수천만원의 돈을 한꺼번에 받는다는 얘기다. 한화토탈은 이미 기본급의 1000%(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줬다.

지난해 호황을 누린 반도체 업계도 성과급이 많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연말 성과급(초과이익 성과금)으로 최대치인 50%를 지급했다. SK하이닉스도 연봉의 50%를 설 이전에 연말 성과급으로 준다. 작년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진 제주항공의 경우 직급별로 400만~900만원대 성과급을 지급했다.

실적 나쁜 자동차·조선은 '잔치' 없어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이 전년 대비 7% 감소하며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든 현대·기아차는 성과급이 200만~300만원 정도 줄었다. 노사 협상에서 지난달 통과된 성과급·격려금 지급 기준이 '300%+280만원'으로 전년도 '350%+330만원'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조선업계는 아예 성과급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지난해 12월 2년치 임금을 동결하고 성과급을 받지 않는 내용의 잠정 합의안을 가결시켰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2% 감소하면서 성과급을 주지 않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의 성과를 좌우한 요소로 노사 관계와 구조조정 진행 속도, 중국 리스크를 꼽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노조 파업으로 1조6000억원 상당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국내 조선업계에는 2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6월 예정된 전국 동시 지방선거 같은 정치 일정과 맞물려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하다. 현대·기아차와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의존도를 높였다가 중국 시장이 막히자 크게 고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