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시장이 국내외 규제로 타격을 입으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거품의 생성과 붕괴에 관한 신용 사이클’ 모델의 4단계인 금융경색 단계에 근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3일 발간한 금융 브리프의 ‘최근 비트코인 가격급락 현상과 가상통화 생태계’에 따르면 하워드 왕(Howard Wang) 콘보이 인베스트먼트(Convoy Investment LLC) 창업자와 제레미 그랜섬(Jeremy Grantham) GMO LLC 펀드매니저, 애덤 그림슬리(Adam Grimsley) 프라임 팩터 캐피탈(Prime Factor Capital) 공동창업자 등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금융경색 단계에 상당히 근접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 등 세계 각국의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큰 폭의 조정을 겪고 있는데 이것이 신용 사이클 모델상 마지막 단계인 대폭락 직전의 금융경색 단계에 가깝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 제공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가 창안하고 경제사학자 킨들버거가 발전시킨 이 모델에 따르면 통상 거품은 ‘대체-호황-도취-금융경색-대폭락’의 다섯 단계를 거친다. 대체 단계는 철도나 운하, 컴퓨터와 인터넷, 블록체인 등 새로운 시대를 개척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을 때 나타나며 투자자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호황과 도취 단계로 이어진다.

도취 단계에서 투자자들은 자신만 뒤처질 수 없다는 조바심과 더 큰 차익을 기대하는 마음에 가상화폐를 구매하는데, 비트코인의 경우 이미 지난해 11월에 이미 도취 단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국과 중국, 인도 등 세계 각국이 가상화폐 규제에 나서면서 순식간에 투자 심리가 사라지고 시장은 얼어붙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일 한 때 800만원 밑으로 떨어져 거래됐는데 이는 고점 대비 3분의 1로 급락한 수준이다.

이광상 연구원은 “각국의 규제 강화 등 비(非)우호적 소식 때문에 가상화폐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가상화폐 투자를 통해 큰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거란 믿음에 의구심이 생겼다”며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투자 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가상화폐를 보유한 사람들은 투자 이익이 감소하거나 이익을 실현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블록체인을 기반기술로 하는 가상화폐의 보안성에 취약점이 발견되면 비트코인을 필두로 하는 가상화폐 실험은 용두사미에 그칠 수도 있다”며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이 지급 결제 수단으로서 기능하지 못한다거나 믿을만한 가치 저장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인식을 가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