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투기만은 잡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부자들의 '부동산 사랑'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부자' 대다수는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 나선 이후에도 주택을 팔지 않았으며, 절반 이상은 향후 2~3년 내에도 보유 중인 부동산을 팔 뜻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8 부자 보고서(Korean Wealth Report)'를 31일 발표했다. 작년 10월부터 KEB하나은행 고객 중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고객 8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이다.
◇규제를 해도 부동산 자산 증가…전망도 낙관적
보고서에 따르면, 이 부자들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 규모는 1년 전에 비해 증가했고 향후 부동산 경기를 낙관하는 경향도 강해졌다.
부자들이 보유한 평균 부동산 자산 규모는 시가 기준으로 62억3000만원으로, 전년도 조사에 비해 약 17억3000만원 증가했다. 전체 자산 중에선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0.6%였다.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용도에 따라 구분해 보니 실제 주거를 위한 부동산보다 상업용 및 투자용으로 가지고 있는 부동산의 비중이 2배 이상 높았다. 종류별로 상업용 부동산 비중(46.4%)이 가장 높았으며, 그다음이 거주 목적 주택(25.4%), 토지 (16.9%), 투자 목적 주택(11.3%) 순이었다.
이들 중 85.6%가 거주용이 아닌 투자 목적 주택을 최소한 한 채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두 채 이상 보유했다는 비율도 77.1%에 달했다. 투자용으로 가지고 있는 주택 중에선 중소형 아파트 비중이 가장 높았고 이어 오피스텔, 대형 아파트 등의 순이었다. 투자용 주택이 위치한 지역은 서울 및 경기 지역에서는 강남구가 34.5%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경기, 송파구, 서초구 순이었다.
보고서는 "작년에 정부가 투기 과열 지구를 지정하고 다주택자에게 양도세를 중과하는 등의 강력한 규제책이 담긴 '8.2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부자들에겐 아직까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책 발표 이후 보유하던 주택 중 일부 또는 전체를 매각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4.7%에 그쳤다. 현재 보유 중인 투자용 부동산 자산을 향후 2~3년 내에 매각할 의향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도 58.6%로, 팔겠다고 한 응답자보다 3배 많았다.
국내 부동산 경기 전망도 1년 전보다 오히려 낙관적으로 변했다. 40%가 향후 5년간 부동산 시장이 정체될 것으로 봤고, 38.0%는 완만하게 혹은 빠르게 부동산 경기가 침체할 것으로 응답했다. 나머지 22%는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부동산 경기 회복 전망은 전년(7%)에 비해 15% 상승한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부동산 경기와 직결되는 실물 경기에 대한 낙관 전망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향후 부동산 경기에 대한 전망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당장 부동산 투자 늘리진 않아
부동산 시장 전망은 다소 개선됐지만 추가적으로 부동산 투자에 나서겠다는 부자들은 많지 않았다. 부자들의 43%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자산 비중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산 비중을 변경할 것이라고 밝힌 이들 중에선 부동산 비중을 축소하고 금융자산 비중을 확대하겠고 응답한 사람이 25%였고, 반대로 부동산 비중을 늘리고 및 금융자산 비중을 줄이겠다는 응답자는 14%로 나타났다. 1년 전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부동산 비중을 줄이겠다는 비율은 거의 비슷하고 금융자산을 늘리겠다는 부자들은 소폭(2%포인트) 증가했다.
올해 부동산에 투자 계획이 있다고 답한 부자들은 작년보다 주택 및 아파트에 더 높은 관심을 보였다. 건물·상가에 투자하겠다는 응답자가 47.6%로 가장 많았으나 1년 전에 비해선 약 9%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투자용 주택 및 아파트 등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16.7%로 약 5%포인트 증가했고, 거주용 주택 및 아파트에 투자하겠다는 응답자도 13.5%로 4.5%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