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신천동 삼성SDS 잠실사옥 1층 로비가 수백여명의 직원으로 북적였다. 작년 11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홍원표(洪元杓·58·사진) 사장이 '2020년 비전'을 임직원에게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사옥 1층 로비는 회사 앞 버스정류장에서도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개방된 공간이다. 동네 주민, 외부 손님도 얼마든 들어올 수 있다. 당초 지하 강당을 검토했지만 '개방된 공간에서 토크쇼 같은 무대를 꾸며보자'는 홍 대표의 뜻에 따라 파격적인 행사를 개최했다.

오전 10시 행사를 앞두고 홍 대표는 오전 8시 30분부터 나와 리허설을 했다. "내 말이 너무 빠르지 않아요?" "분위기가 딱딱하니까 이런 농담 한번 해보면 어떨까" "우리 사진 찍을 때 주먹 쥐지 말고 'V자' 합시다" 등 꼼꼼하게 디테일을 챙겼다.

오전 10시 '비전&토크' 행사가 시작되자 400여 임직원이 1층 로비를 가득 채웠다. 로비가 내려다보이는 2층 난간까지 빼곡했다. 대부분 스탠딩으로 행사를 지켜봤다. 홍 대표는 자신의 발표 시간을 줄이는 대신 요즘 뜨는 블록체인(blockchain ·분산형 거래시스템)과 스마트공장, 클라우드(원격 저장), 스마트물류 등 주요 사업을 담당하는 상무급 임원 9명을 무대에 올렸다. 그러곤 토크쇼 진행자처럼 "블록체인이 화두인데 우리 회사는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생각인가요?" "물류 분야는 어떤 혁신이 가능한가요?" 등의 질문을 던졌다. 담당 임원들이 400여 임직원 앞에서 스스로 비전을 밝히도록 한 것이다.

홍원표(무대 위) 삼성SDS 사장이 3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사옥 1층 로비에서 ‘비전&토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개된 장소에서 열린 독특한 행사에 참석한 400여 임직원들로 로비와 2층 난간까지 가득 찼다.

CEO(최고경영자)의 외부 노출을 꺼리는 삼성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파격에 직원들이 여기저기서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사옥 근처를 지나던 주민들도 궁금한 듯 회사 안을 들여다봤다. 홍 대표는 전자공학 박사 출신으로 미국 벨(Bell)연구소 연구원, KT 전무, 삼성전자 사장 등을 역임했다. 해외 IT(정보기술) 업계에 인맥이 넓고 평소 자유로운 소통을 각별히 강조한다고 한다.

홍 대표는 이날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리더'라는 비전과 'Realize your Vision(당신의 비전을 실현한다)'이란 슬로건을 공개했다. 빅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블록체인·클라우드·스마트공장 등 고객사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비전을 실현시켜주는 것이 삼성SDS의 역할이란 뜻이다. 홍 대표는 "신규·전략 사업을 중심으로 2020년까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반드시 지속해 나가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