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낡은 근린상가 경매에 무려 72명이 입찰했다. 경매 통계가 시작된 2001년 이후 근린상가로서는 역대 최고 입찰 경쟁률이며, 업무·상업시설 전체로 봐도 3번째로 높은 경쟁률이다.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도시재생사업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도시재생과 관련된 근린상가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 30일 첫 경매가 진행된 서울 용산구 서계동의 토지면적 74.7㎡, 건물면적 288.3㎡짜리 낡은 근린상가에 72명이 입찰했다. 낙찰가는 감정가(9억5697만원)의 149.43%인 14억3000만원이었다.

지난 30일 법원경매에서 72명이 입찰해 근린상가 기준 역대 최다 응찰자 수를 기록한 서울 용산구 서계동 근린상가.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이 경매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1년 이후 진행된 근린상가 경매에서 응찰자가 가장 많이 몰린 것이다. 업무·상업시설 전체로 봐도 역대 3위다. 이번보다 응찰자가 많았던 사례는 2016년 9월 낙찰된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명지캐럿86 주상복합 상가(99명)와 지난해 8월 낙찰된 경기 파주시 와동동 운정2차동문 아파트 상가(82명) 뿐이다.

이번에 낙찰된 상가는 만리재로변에 있는 4층짜리 건물로, 서울역과 직선거리로 불과 300m 정도다. 부동산 중개업소와 철물점 등이 입점해 있으며 1983년 지어진 낡은 상가다.

노후 상가에 72명이나 몰린 이유는 건물이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 활성화계획’에 포함돼 도시재생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서울역 인근 195만㎡를 5개 권역으로 나눠 종합적으로 재생하는 밑그림을 확정하고 공공예산 약 2500억원을 투입해 일대 개발을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가 수억원에 달하는 초과이익 환수제 부담금 액수를 공개하고 재건축 허용 연한 연장을 시사하는 등 재건축 사업에 겹겹이 족쇄를 채우고 있는 것도 근린상가의 고가 낙찰에 한몫하고 있다.

그간 낙찰되지 못했던 근린상가도 올해 속속 주인을 찾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낙찰된 서울 근린상가는 총 35건인데, 올해 1월(30일 기준) 한 달간 7개 물건이 주인을 찾아갔다. 작년 한 해 평균 응찰자 수는 4.2명 수준이었지만, 올해 1월은 15.3명에 달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주택시장에 변수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20억원대 미만을 투자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근린상가나 꼬마빌딩을 찾는 투자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