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설 돌던 소니TV, 삼성 텃밭이던 고급 TV 시장서 1위
구조조정·고급화 전략 통해 영업이익 신기록 행진

지난 10년간 한국의 삼성전자, LG전자에 밀려 한때 매각설까지 돌았던 소니의 TV 사업이 지난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4K(초고화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도입 등 고급화 전략이 성공하며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 LG전자를 꺾고 1위에 올랐다.

30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2500달러 이상 TV 시장에서 소니는 34.4%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전년에 비해 점유율 10%포인트를 늘렸고, 2015년(14.3%)과 비교하면 점유율을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는 월별 매출액을 토대로 볼 때, 작년 4분기 역시 소니가 30~40%대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연간 기준으로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니의 브라비아 OLED TV.

통상 프리미엄 TV 시장은 삼성전자의 텃밭이었다. 2010년대에 들어 삼성전자는 이 시장에서 줄곧 압도적인 점유율을 지켜왔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55%에 육박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OLED TV가 고급 TV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소니와 LG전자가 단숨에 삼성을 따라잡았다.

◆ '진흙탕 싸움' 대신 고급화 전략에 집중

한때 소니의 ‘골칫거리’로 불린 TV사업은 지금은 소니 부활을 이끄는 원동력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소니의 TV 시업은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등 한국 기업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려 2004년부터 10년간 8000억엔(약 7조7600억원) 규모 누적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소니는 2012년 삼성전자와의 액정패널 합작생산에서 철수하고 1만5000여명을 구조조정하는 극약처방을 단행하면서 재기를 모색했다.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TV 사업을 매각할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 소니는 당시 신기술로 주목 받기 시작한 ‘4K 대화면’ TV에 선제적으로 뛰어들어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조금씩 점유율을 늘리기 시작했다.

2017년 들어 소니는 이미 한국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OLED TV를 프리미엄 TV 라인업에 추가했다. 2016년에 LG전자가 OLED TV 중심으로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자 고민의 여지 없이 바로 OLED 진영에 합류한 것이다. 소니는 지난 2008년에 세계 최초의 OLED TV를 내놓은 바 있지만 이렇다할 반응이 없자 사실상 사업을 접었었다.

소니의 TV 사업은 구조조정 이후 고급화 전략을 택한 2014년을 기점으로 흑자로 전환해 2016년에는 360억엔(35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기존의 4K TV와 신무기인 OLED TV를 양대축으로 삼은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760억엔(7473억원)으로 전년의 두 배가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물량, 가격 경쟁에서 더이상 한국, 중국 기업과의 싸움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소니는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4K 해상도 TV 시장에 안착했다"며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중저가 TV 시장에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 보다는 오랜 기간 쌓아놓은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고급화 전략을 펼친 전략이 통했다"고 분석했다.

히라이 가즈오 소니 CEO가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기조연설에서 소니의 브라비아 OLED TV를 소개하고 있다.

◆ 소니의 부활을 지켜보는 삼성·LG의 엇갈린 시선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소니의 부활을 지켜보는 삼성전자, LG전자의 표정은 엇갈린다. OLED TV 시장에서 소니와 함께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LG전자 입장에서는 주력 제품인 OLED TV 시장의 ‘파이(pie)’가 커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경쟁자지만 함께 생태계를 키워가고 있기 때문에 전략적 파트너의 성격이 짙은 셈이다. 소니는 현재 LG전자와 마찬가지로 LG디스플레이로부터 TV용 OLED 패널을 전량 공급 받고 있기도 하다.

반면 11년 연속으로 세계 TV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일찌감치 OLED TV 사업을 포기한 삼성전자는 퀀텀닷([quantum dot·양자점) 기술을 기반으로 한 QLED TV를 주력으로 삼고 있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 OLED TV에 밀려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으며 수익성 문제도 여전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소니, LG전자 TV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8%대에 달하며 영업이익 신기록 행진을 벌이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5%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건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성적과 관련이 깊다"며 "프리미엄 TV의 브랜드 전략과 차별화 전략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