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국내 시장에서 처음으로 출시된 중국산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켄보600이 초라한 첫 해 성적표를 남겼다. 켄보600 수입업체 측은 첫 해 국내 판매목표를 3000대로 제시했지만, 실제 판매량은 10분의 1 수준인 321대에 그쳤다.

출시 초반 켄보600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 SUV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산 차량 품질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신을 넘어서기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켄보600과 가격이 비슷한 1000만원대 후반에서 2000만원대의 소형 SUV 신차들이 쏟아진 점도 판매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 지난해 켄보600 국내 판매량 321대…소형 SUV 출시 계획도 보류

지난해 1월 국내 시장 첫 중국산 SUV로 출시된 켄보600

29일 국토교통부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켄보600은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총 321대가 판매되는데 그쳤다. 켄보600의 수입사인 신원CK모터스(구 중한자동차)는 지난해 1월 출시 당시 국내 시장에서 3000대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판매실적은 목표치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출시 초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출시 직후인 지난해 2월 켄보600은 72대가 판매됐고 두 달여만에 초도 수입물량 120대를 모두 판매하는데 성공했다.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 국내 시장 판매량은 147대였다.

그러나 켄보600은 5월 이후부터 판매량이 출시 초반에 비해 빠르게 감소했다. 5월 39대, 6월 32대가 판매된 켄보600은 7월 들어 월 판매량이 18대로 급감했다. 하반기 들어 월 평균 판매량은 17대 수준에 불과했고 10월 판매량은 고작 9대에 그쳤다.

켄보600이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는 판매실적을 기록하면서 수입사 측은 당초 지난해 출시하기로 예정했던 소형 SUV의 판매 계획도 보류했다. 신원CK모터스 관계자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차량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데다, 국산 소형 SUV 신차도 많아 시장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 불신 넘지 못한 가성비…국산 소형 SUV 출시에 '직격탄'

신원CK모터스 관계자는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 중국 정부가 국내산 제품에 대한 보복에 나서면서 국내에서 반중(反中) 여론이 조성돼 판매가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켄보600의 실패는 중국산 차량의 부족한 품질 경쟁력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신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켄보600은 중국 북경자동차의 수출차량 전담 생산업체인 북기은상에서 제작하는 가솔린 중형 SUV다. 최고출력은 147마력, 최대토크는 21.9kgf·m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기본 모델이 1999만원, 한 단계 높은 럭셔리 모델이 2099만원에 각각 판매된다.

신원CK모터스는 지난해 초 켄보600을 출시하면서 주요 타깃을 2, 30대 소비자층으로 잡았다. 국내 중형 SUV에 비해 가격이 약 1000만원 저렴한 중국 SUV가 '주머니 사정'이 얇지만 큰 차를 선호하는 젊은 소비층에게 인기를 끌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지난 1년간의 판매실적과 구매층을 분석한 결과 켄보600은 '세컨드카'를 원하는 40~50대에게 주로 판매됐고 2, 30대 소비자들에게는 전체적으로 외면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이 관심을 보일 만한 '저렴한 가격에 많은 짐을 싣는 차'라는 이점도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1톤 트럭에 밀려 거의 부각되지 못했다. 국내 시장의 대표적인 1톤 트럭인 현대자동차포터는 1520만원에서 2061만원에, 기아자동차봉고는 1494만원에서 2043만원에 판매돼 켄보600보다 저렴하다.

지난해 품질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소형 SUV들이 잇따라 출시된 점도 젊은 소비자층에게 켄보600이 외면받은 이유로 꼽힌다. 사진은 기아차 스토닉 가솔린 모델

지난해 소형 SUV에서 신차가 잇따라 출시된 점도 첫 중국산 SUV의 판매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6월에는 현대차가 국내 시장 최초의 소형 SUV인 코나를 출시했고 7월에는 기아차가 소형 SUV 스토닉의 판매를 시작했다. 코나 가솔린 모델의 기본가격은 1895만원, 스토닉 가솔린 모델은 1655만원으로 켄보600에 비해 낮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중국산 자동차의 브랜드 이미지가 낮은 상황에서 켄보600의 가격대는 중형 SUV라는 점을 감안해도 눈에 띄게 저렴한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차량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