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손님 한 명도 못 받았어요. 정부의 잇단 규제 때문에 안 그래도 찬바람이 부는 이 동네 주택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어 요새 한파보다 더 춥네요." (노원구 상계동 D공인중개업소)
정부가 강남발 집값 상승을 잡기 위해 지난해부터 각종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애먼 비강남 지역이 울상을 짓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25개 자치구 중 아파트값 상승률 '꼴찌'인 노원구는 강남권과 도매급으로 묶인 규제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한숨 소리가 커졌다.
◆ 재건축 규제 노원구에 직격탄…"강남 4구와 도매급으로 묶여"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준공 후 30년 이상으로 된 재건축 연한을 연장하고 첫 단계인 안전진단 요건도 강화하겠다고 시사한 데 이어, 정부가 주요 재건축 단지의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이 최대 8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공개하면서 '재건축 옥죄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재건축 연한 연장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며 한발 물러서는 듯했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다.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곳은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노원구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어진 지 30년이 막 지난 단지들은 앞으로 사업이 최소 5~10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노원구에 이런 단지들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준공 후 40년이 지난 단지들이 많은 강남구 압구정이나 송파구 잠실 등은 재건축 연한 연장에 따른 여파가 상대적으로 덜 한 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987~1991년 지어져 서울에서 앞으로 3년 안에 준공 후 30년 연한을 충족하는 단지는 총 39개 단지, 8만8430가구인데, 이중 절반에 이르는 20개 단지, 4만3467가구가 노원구에 집중돼 있다. 상계동 주공아파트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강북 재건축 단지는 강남권에 비교하면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이 미미할 전망이지만, 주민들의 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미 노원구는 지난해 8·2대책으로 강남 4구와 함께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최고 강도의 규제를 받고 있다. 투기지역에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각각 40%로 줄어들며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 각종 재개발·재건축 규제책이 시행되는 데 더해, 주택담보대출 건수도 가구당 1건으로 제한된다.
◆ 바닥 기는 노원구 아파트값 상승률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8·2 대책 이후 현재까지 노원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바닥을 기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7일 대비 올해 1월 15일 현재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2.72% 올랐지만, 노원구는 0.33% 상승하는 데 그쳤다. 25개 자치구 중 상승률이 가장 낮다. 이 기간 서울 강남 4구는 5.58% 올랐다. 송파구는 무려 8.59% 급등했다.
주민들의 불만도 거세졌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강남은 한 채당 십몇억원씩 하지만, 여긴 고작 2억~3억원인 데도 강남과 같은 규제를 받고 있다"면서 "8·2 대책에 이어 정부의 재건축 규제 방침이 나오면서 거래가 더 줄었고, 매수자들도 '괜히 산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대책 여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강남권을 타깃으로 한 부동산 대책이 규제에 취약한 비강남 지역을 침체시키는 것을 정부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앞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규제를 지역별로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