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때 반영
신산업 분야 기업결합 신고 기준도 강화할 듯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공정거래법과 각종 제재 조치에 대해 대대적인 개편 작업에 착수한다. 공정위는 올해 5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등 건강상 이유로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총수들을 동일인(그룹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책임이 있는 자)에서 제외할지 검토에 나서기로 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도 총수 일가는 물론 실행에 가담한 실무 관계자들까지 형사 고발하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신산업 분야의 기업 결합 신고 기준도 강화한다

공정위는 현재 증권 분야에만 도입된 집단 소송제도를 담합과 표시광고, 제조물책임 등 소비자 분야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의 공소제기(기소)가 가능한 전속고발권을 유통3법에 이어 표시광고법, 하도급법의 기술유용행위에 대해서도 폐지하기로 했다. 해당 법에 대해서는 공정위를 거치지 않아도 누구나 검찰에 고발이 가능해진다.

사진=연합뉴스

공정위는 26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18년 업무 계획’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올해 내 공정거래법을 전면 바꾸는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공정거래법에 과도하게 들어가 있는 형사 처벌 조항을 정비하고 집단소송제도와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등을 이용해 민사적으로 피해자들이 구제 받는 방안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경쟁을 촉진하는 공정위의 본래 목적과 맞지 않는 역할에 대해서도 정비를 할 것으로 예측된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증권 분야에만 도입돼 있는 집단 소송제도를 담합, 표시광고, 제조물 책임 등 소비자 분야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집단소송은 피해자 중 한 사람 또는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면 다른 피해자들은 별도 소송 없이 그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앞으로 기업들이 담합과 허위·과장 광고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힐 경우 집단소송제도가 가능하게 법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기업이 만든 제품으로 소비자들이 신체적 피해를 입을 경우에도 집단 소송제도를 허용해 주기로 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전속고발권도 일부 분야에서 폐지하기로 했다. 전속고발권은 6개법(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표시광고법)의 공정 거래를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 공정위 고발이 있을 때만 검찰이 공소 제기를 할 수 있는 제도다. 공정위는 유통3법(가맹법, 유통업법, 대리점법)의 전속 고발권 폐지 방침을 밝힌데 이어 표시광고법과 하도급법의 기술유용행위에 대해서도 추가로 전속 고발권을 폐지하기로 했다.

표시광고법은 기업이 제품에 대해 허위와 과장 광고를 했을 때 적용되는 법이다. 기업의 허위와 과장 광고 등에 대해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누구나 고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공정위는 그동안 표시광고법에 대해 소송이 남발될 것을 우려해 전속고발권 폐지를 미뤄왔다. 또 공정위는 하도급 거래에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유용할 경우도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누구나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고발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재벌 개혁에 대해서도 올해 속도를 내기로 했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공익법인 악용, 지주회사의 수익 구조에 대해서는 이미 실태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는 총수 일가 뿐만 아니라 실행을 담당한 실무 관계자들까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의 경우 규제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기간 동안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준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계열사로 강화하는 방안을 약속했었다. 현재는 상장사의 경우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가 규제 대상이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준에서 총수 일가 지분을 계산할 때 직접 지분 뿐만 아니라 간접 지분까지 포함하는 법안이 제출되어 있는데, 공정위는 관련 방안도 국회와 협의를 하기로 했다. 현재는 계열사간 내부 거래 비중이 높은 사업부를 물적 분할 한 후 100% 자회사로 신설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정치권은 모회사가 자회사에게 일감을 몰아주면 결국 그 이득이 총수에게 간다는 점에서 이것 역시 일감 몰아주기로 들여다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위는 대기업 규제를 적용 받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시 동일인을 지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개편을 검토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올해 5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등 건강상 이유로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총수들의 동일인 제외 여부를 들여다 보기로 했다. 이들이 사실상 경영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동일인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인이란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개인이나 회사(법인)를 의미한다. 동일인은 기업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외부에 공인되며, 공정거래법 위반 등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또 공정위는 동일인을 기준으로 배우자와 6촌이내의 혈족, 4촌이내의 인척 등을 동일인 관계자로 분류해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동일인은 사망 이후에 변경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회장, 신 회장의 동일인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는 또 신산업 분야에서 기업결합시 공정위에 신고해야 하는 기준을 매출액에서 주식인수가액 등을 포함한 ‘거래가치 기준’으로 새롭게 범위를 설정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할 때 왓츠앱의 매출액이 작아서 우리나라에 기업결합을 신고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