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7월부터 수퍼마켓, 편의점, 제과점 등 소액 결제가 많은 업종에 대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기로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소상공인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앞으로 결제 금액이 적을수록 낮은 수수료를 내게끔 수수료 체계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은 카드사가 결제 금액 크기와 상관없이 결제 건수당 똑같은 수수료를 가맹점으로부터 받아왔다. 금융위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부담이 커지는 편의점 등 소매업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방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난색이다. 앞서 정부는 작년 7월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보다 낮은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중소 가맹점 범위를 확대했다. 반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수수료를 내리라고 하는 것이다. 작년엔 대통령 공약을 이행한다고 카드 수수료를 낮추고, 이번엔 정책 목표(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카드 수수료에 손을 대니 "카드업계가 봉인가"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대 수수료율 조정은 정부 마음대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통해 마련한 원칙에 따라 3년마다 새로 정하도록 돼 있다. 카드 결제에 들어가는 원가를 분석해 재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영세·중소 가맹점에는 정부가 정하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토록 했다. 현재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은 최대 2.5%이지만, 영세 가맹점(연 매출 3억원 이하)·중소 가맹점(연 매출 3억~5억원)에는 그보다 낮은 각각 0.8%, 1.3%가 적용되고 있다.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은 3년마다 정하게 돼 있지만, 우대 수수료율 적용 대상과 우대 수수료율은 대통령령과 금융감독 규정에 따라 언제든 변경할 수 있다. 2012년 이후 총 4차례에 걸쳐 우대 수수료율 적용 대상이 확대되거나 수수료율이 인하됐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8개 카드사의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은 2012년 2.06%에서 2014년 1.95%, 2016년 1.85%로 떨어졌다.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사 전체 수익의 50%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수수료 인하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카드업계 순이익은 2014년 2조1400억원에서 2016년 1조8900억원으로 감소했다.

카드업계에선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등 정치 시즌만 되면 소상공인을 도와야 한다며 여야 할 것 없이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빠짐없이 들고나온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번에 나온 소액 결제 수수료율을 낮추는 방안을 두고도 올해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작년에 우대 수수료 적용 대상인 영세 가맹점 선정 기준이 '연 매출 2억원 이하'에서 '연 매출 3억원 이하' 업체로, 중소 가맹점은 '연 매출 2억~3억원' 업체에서 '연 매출 3억~5억원' 업체로 확대된 것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다른 후보들도 카드 수수료 인하 공약을 내걸었었다. 카드사 관계자는 "소상공인이 겪는 어려움이 카드사 수수료 때문만도 아닌데 정부가 수수료를 쉽게 올리고 내릴 수 있으니 카드사만 철퇴를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세업자들 "환영하지만 인건비 문제 더 커"

금융위는 소액 결제 카드 수수료율을 낮추는 조치로 소액 결제가 빈번한 가맹점 10만곳의 카드 수수료율이 평균 0.3%포인트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가맹점당 연간 카드 수수료 부담이 200만~300만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대신 건당 결제 금액이 큰 백화점 등의 수수료율은 높아지기 때문에 카드사가 큰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액 결제가 많은 업체들에는 수수료를 올려야 하는데 저항이 커서 결국 카드사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영세·중소 사업자들도 모두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는 건 아니다. 카센터를 운영하는 40대 권모씨는 "보통 5만~6만원 이상의 결제가 많기 때문에 혜택을 못 받을 것 같다"고 했다. 수퍼마켓 주인 김모씨는 "인하해주면 당연히 좋지만,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카드 수수료 인하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인건비가 정말 많이 드는데 수수료 몇 푼 깎아준다고 해결되겠는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