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첨단시설로 칭찬받는 제2여객터미널이 조종사들에게는 '재앙'이 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003490)조종사로 현재 부기장을 맡고 있는 A씨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장으로 조종사들의 운항 고충이 더욱 늘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제2여객터미널이 운영을 시작했지만, 비행준비에 필요한 업무는 여전히 제1여객터미널에서 진행되고 있어 불필요한 이동 시간에 따른 초과 근무 효과가 생겼고 제대로 운항 스케쥴을 맞추기도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A씨는 운항을 마친 뒤 퇴근하는 시간에도 고충이 많기는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2여객터미널에서 운행하는 공항버스는 30분이 걸려 제1여객터미널에서 또 승객을 태운다"며 "집이 있는 강남으로 이동할 때 이용하는 올림픽대로의 극심한 퇴근시간 정체를 감안하면 제2여객터미널 개장으로 조종사들은 매일 불필요한 출퇴근 피로까지 떠안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륙하는 대한항공 여객기

지난 18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문을 연 후 업무 고충을 호소하는 조종사들의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2여객터미널은 대한항공을 비롯해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KLM 등 4개 항공사가 입주했다.

제2여객터미널 개장 이후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홈페이지에는 이동에 따른 초과 근무에 대해 회사가 제대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눈에 띄게 늘었다. 제2여객터미널 이동으로 운항 사전준비시간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아 운항 지연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 점도 조종사들의 불만 이유로 꼽힌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운항을 하기 전 회사가 운영하는 통합운영센터(IOC)에서 운항에 필요한 브리핑 등 사전 업무를 마친 뒤 여객기로 이동한다. 대한항공은 제2여객터미널에 새롭게 입주했지만, IOC는 여전히 제1여객터미널에 위치하고 있어 조종사들은 매번 운항할 때마다 제1여객터미널을 방문했다가 제2여객터미널로 이동해야 한다.

조종사 노조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한 조합원은 "IOC에서 운항브리핑과 합동브리핑을 모두 마치고 땀을 뻘뻘 흘려가며 제2여객터미널로 이동해 기내에 들어섰더니 벌써 이륙시간 30분 전이더라"며 "운항에 필요한 각종 장비 점검을 '빛의 속도'로 한 끝에 겨우 이륙 15분 전에 가까스로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발권카운터

조종사 노조는 제2여객터미널 개장 이후 조종사들이 이동에 따른 초과 근무를 하게 된 것은 명백히 회사가 단체협약과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장거리 운항을 담당하는 조종사들에게 피로 누적은 자칫 큰 '재앙'을 가져올만큼 위험한 사안에 해당된다"며 "IOC 시설을 제2여객터미널로 이전하거나 초과 근무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제2여객터미널 입주에 따라 이동시간이 늘어나긴 했지만, 이미 여러 차례 노조와 사전 준비를 한만큼 조종사들의 주장을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제2여객터미널 이전으로 조종사들의 이동 시간은 평균 15분 정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와 관련해 이미 노조와 사전에 여러 차례 실사를 진행했고 충반한 협의도 거쳤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체협약을 통해 더 보수적으로 근무시간을 운영하고 운항 승무원들의 피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