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016880)(옛 웅진홀딩스)이 지난 3일 정수기 사업 재개를 공식 발표하면서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웅진은 지난 22일 한때 2770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12월 27일 이후로 26%가량 상승했다. 웅진은 2012년 코웨이 매각 당시 맺었던 5년 경업(競業) 금지 조항이 풀리면서 올해 정수기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웅진은 극동건설 등 부실기업을 인수한 영향으로 지난 2012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코웨이(021240)를 매각해야 했다. 웅진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타는 것은 코웨이를 키워낸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정수기 사업 역량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반대로 코웨이 주가는 고전하고 있다.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난 데다 웅진이 코웨이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우려감 또한 반영되고 있다. 웅진의 코웨이 인수설이 처음 불거진 지난해 12월 19일 이후 코웨이 주가는 10% 넘게 내렸다. 다만 24일은 나흘 만에 소폭(0.41%) 상승 마감했다.

12월 중순 이후 코웨이(좌), 웅진(우) 주가 흐름

◆ 정수기王 윤석금의 귀환…"포화 상태라 쉽지 않을 것" 의견도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웅진은 최근 정수기 사업과 관련해 지점장, 지국장급 공개채용을 시작했다. 채용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채용 규모가 알려지면 경쟁사를 자극할 수 있어 극비리에 부쳤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채용 규모가 예상외로 대규모일 수 있다고 관측한다.

신승철 웅진 부사장이 정수기사업부 수장을 맡았다. 영업통인 신 부사장은 1994년부터 웅진그룹에서 일했다. 웅진씽크빅(095720), 웅진코웨이를 길러낸 주역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웅진 정수기 사업은 4, 5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최근 브랜드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점 모집을 위한 TV 광고도 시작했다.

웅진과 코웨이에 따르면 일부 코웨이 지점 직원들은 웅진 측 제의를 받고 동요하고 있다. 코웨이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윤 회장이 1989년 웅진코웨이를 설립하고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 했던 직원들이 있는데, 이들은 코웨이 매각 당시 윤 회장을 끌어안고 울었을 정도"라며 "그때부터 함께 했던 직원 일부는 동요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웅진이 단기간 내에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국내 정수기 보급률이 수년째 60% 선에 머물고 있어 포화 상태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LG전자 등 대기업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만 시장 공략에 애를 먹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웅진의 사업 진출을 코웨이의 불안 요인으로 보지 않고 있다. 코웨이에 대해 '중립'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코웨이의 내수 시장은 탄탄하다"고 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 코웨이 욕심내는 웅진…코웨이 주가에는 방해 요인

정작 코웨이의 불안 요인은 웅진이 코웨이 인수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불거지고 있다. 웅진은 그룹을 통틀어 현금 여력이 1000억여원에 불과해 시가총액이 7조원대인 코웨이를 단독으로 인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시장에선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처럼 우호 세력을 끌어들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웅진은 코웨이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다.

코웨이나 코웨이의 최대주주 MBK파트너스(28.6% 보유)는 웅진의 인수 추진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12월 19일 웅진과 코웨이에 대해 M&A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을 때도 웅진은 "검토 중"이라고 한 반면 코웨이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는 셈이다. 웅진은 삼성증권, 법무법인 세종을 코웨이 인수 자문사로 선정한 상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금호타이어 매각 무산이 증명했듯 자금력이 부족한 기존 최대주주의 인수 추진은 M&A에 있어 리스크 요인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웅진이 인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면서 "강력한 후보자가 없는 상태에서 매각 이슈가 나오는 것은 코웨이 주가에는 방해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