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순 2만대’

자동차업계가 연초부터 전기차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직 출시도 되지 않는 차를 대상으로 예약 판매부터 하는 등 미리부터 고객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는 정부의 전기차 민간 보조금 예산이 2550억원으로 정해지면서 자동차회사들의 마음이 급해졌기 때문이다.

차량 대당 1200만원씩 정부 보조금을 받게 되면, 올해 2만대의 전기차가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올해 선착순 2만대까지만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자동차회사들은 보조금 소진 전까지 최대한 차를 팔아야 한다.

◆ 볼트EV·코나 일렉트릭 등 출시전 사전예약 시작

당초 업계에서는 내년 출고할 전기차 대수를 3만~4만대 정도로 봤다. 그러나 정부의 보조금 지원 대수가 예상보다 줄면서 전기차 판매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또 계약 후 2개월 이내에 차량이 인도돼야 보조금이 지원되는 현재 구조상, 출시 시기가 늦은 전기차는 보조금이 다 떨어져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다.

볼트EV.

한국GM은 지난 17일 1회 충전에 383㎞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 '볼트EV'의 2018년형 모델 본격 판매에 앞서 전국 전시장에서 사전 계약을 시작했다. 현대차(005380)도 자사 최초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의 전기차 모델 ‘코나 일렉트릭’의 예약판매를 돌입했다.

기아차'니로EV'도 올해 상반기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EV는 1회 충전으로 380~390㎞ 이상 주행할 수 있게 설계돼 볼트EV의 경쟁모델로 떠오를 전망이다. 르노삼성도 조만간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SM3 Z.E.'와 2인용 소형 전기차 '트위지'의 사전 예약에 들어갈 예정이다.

수입차업계도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BMW도 올 1분기 중 '뉴 i3'를 출시할 예정이며, 메르세데스-벤츠는 전기차 '더 뉴 C 350e', '더 뉴 GLC 350e'의 상반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 소형 SUV 코나

전기차 구매 고객들도 마음이 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전기차 볼트EV(Bolt EV)의 경우 사전계약 3시간 만에 올해 도입물량 4700여대의 계약이 모두 완료됐을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코나 일렉트릭은 19일 기준으로 1만846대의 구매 예약 신청이 접수됐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로 예정됐던 국내 출시 일정을 당기기 위해 글로벌 본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보조금 매년 감소 추세…“2만대 이상 판매되면 추가 지원책 필요”

올해는 정부 보조금이 지난해 1400만원보다 200만원이 줄었지만, 지자체별 추가 보조금을 지원받게 되면 구매 보조금은 약 1700만원에 이르게 된다. 예를 들면 2018 볼트EV의 가격은 LT 4558만원이지만, 정부 보조금(120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서울 기준 500만원)을 모두 받게 되면 2858만원에 살 수 있다.

여기에 개별소비세 최대 200만원, 교육세 최대 60만원, 취득세 최대 140만원 등 최대 400만원의 세금감경 혜택도 올해까지 받을 수 있다. 지자체 보조금은 서울, 부산 울산 등은 500만원, 대구 인천 600만원, 광주 대전 세종은 700만원씩 받을 수 있다. 지자체 보조금이 가장 큰 곳은 전남 여수로 지자체 보조금이 110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BMW i3.

자동차업계에서는 매년 전기차 보조금이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가 매년 두배 가량 증가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급된 전기차는 1만3826대로 전년(5914대) 대비 2.3배 이상 증가했다. 2014년 1075대인 점을 감안하면 불과 4년 만에 13배가량 늘었다. 또 매년 충전 기초시설(인프라)도 2016년 750기에서 지난해 1801기 등 매년 2배 이상 늘고 있다.

환경부도 보조금 단가 인하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형섭 환경부 청정대기기획과장은 “우리나라의 보조금 및 세제혜택은 전 세계 최고수준”이라면서, “국제적인 추세와 국가 재정부담 등을 고려할 때, 매년 점진적인 보조단가 인하는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현재 분위기로는 올해 전기차 판매대수가 2만대를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보조금이 없어지면 전기차를 사려는 고객들이 뚝 끊기게 되는 구조라,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보조금을 더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