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자기자본 1% 미만 규모의 현지법인을 설립할 경우 금융위원회에 별도로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또 외국은행의 지점·대리점 이전, 사무소 신설의 심사 업무에 대해선 금융위가 아닌 금융감독원이 수탁해 처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지난 15일 입법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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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는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규제 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소규모 해외법인 설립 시 금융위에 신고해야 했던 법령을 삭제해 은행 재량권을 인정해 주기로 했다.

미신고 해외법인 규모 기준은 은행 자기자본의 1% 미만이다. 예를 들어 KB국민은행의 9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25조원가량이다. 국민은행이 2500억원 이내의 자금을 투입해 해외법인을 세우면 금융당국에 별도로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국내 은행들은 동남아 현지 소비자금융, 핀테크 업체를 인수하거나 기존 은행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동남아 지역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부분 국가에서 은행은 허가사업이기 때문에 국내 은행들이 동남아에서 은행을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은행이 아닌 금융투자회사, 마이크로 파이낸싱 등 규모가 작은 현지 금융사를 인수해 진출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규제를 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인도와 동남아의 현지 마이크로파이낸스 등 여신전문업체 두 곳의 인수를 추진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4월 호주 ANZ은행의 베트남 리테일부문을 인수했다. 베트남 시장 영역을 넓히기 위해 현지 진출 은행의 일부 사업부문을 인수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해외진출 시 현지 당국이 현지 은행의 지분 인수나 현지 금융사와의 합병을 통해 진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해외진출을 위한 국내은행의 투자 규모는 상황에 따라 3000억원을 넘을 수 있지만, 일정 규모 미만의 투자를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2015년부터 관련 규제 완화를 추진해 왔다. 이번 개정안도 2015년 12월 만든 금융회사 영업행위 규제개혁 방안의 연장선에서 시행됐다.

금융위는 또 한국에 진출한 외국은행의 지점 및 대리점 이전, 사무소 신설을 위한 심사 업무를 금감원이 수행할 수 있도록 은행법을 개정한다. 지금은 외국계 은행이 지점을 설립하고 이전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에 신고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금융위의 인력 부족으로 해당 심사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외국계 은행의 애로사항이었다. 금융위는 외국계 은행의 건의를 받아들여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은행법 개정안을 통해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며 "업권의 애로사항을 파악해 개선사항을 계속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