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필 CIEF 대표(사진 왼쪽)와 다 자란 동애등에 성충 모습

이달 15일 미래산업으로 주목받는 곤충을 사육·가공하는 공장을 취재하기 위해 김제자유무역지역관리원에 위치한 씨아이이에프(CIEF)를 찾았다. 곤충을 사육해 가공하는 만큼 어느 정도의 규모는 예상했지만 실물은 생각을 훨씬 뛰어넘었다. CIEF 김제 공장은 대지 5만2800m²(1만6000평)에 길게 늘어선 건물은 면적이 9900m²(3000평)에 달한다.

이종필 CIEF 대표는 ‘동애등에만 키우기에는 공장 터가 지나치게 크지 않느냐”는 물음에 “현재 동애등에 사육·가공공장에 20억마리의 성충과 애벌레가 살고 있다. 자동화된 곤충 사육가공 공장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하지만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커 사육공장을 추가로 지으려는 생각에 대지를 넓게 확보했다”고 말했다.

-동애등에는 어떤 곤충인가.

“동애등에는 파리목의 동애등에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미국, 인도, 호주, 베트남, 한국 등 전세계에 서식한다. 유기성 폐기물인 동물사체, 가축의 분(糞), 음식물쓰레기 등을 먹이로 살아가는데 일반적으로 집안으로 침입하지 않는다. 사람을 물거나 성가시게 하지도 않는다. 한국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동애등에를 실내에서 대량 증식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2011년 국가과학기술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됐다.”

-기존 사업을 제쳐두고 전혀 생소한 곤충사육가공 사업을 하기로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국가에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때마침 경제부처 장관을 지낸 고교 동기(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음식물쓰레기 처리 때문에 정부가 고민이라는 얘기를 듣고 몇 년간 해결방안을 찾았다. 그러다 동애등에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 기존에 하던 사업(승진에스티)은 아들에게 물려주고 동애등에 사육가공 공장을 만들었다.”

전라북도 김제시에 위치한 CIEF 공장 전경

-다른 곤충도 많은데 동애등에를 키우는 이유는.

“동애등에는 파리목 곤충이어서 파리와 비슷하지만 하는 짓이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병균이나 옮기는 파리하고 비교하면 안된다. 동애등에는 음식물쓰레기를 먹이로 한다. 한국에서 매일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 양이 1만5000~2만톤에 달하는데 매립하거나 소각해야 한다. 연간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만 2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동애등에는 음식물쓰레기를 먹는다. 처치곤란인 음식물쓰레기를 깨끗하게 처리하면 먹이로 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단백질 덩어리인 애벌레를 잘 말려 기름을 짜고 분쇄하면 훌륭한 사료로 만들 수 있다. 기름에 든 지방산은 가축의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애벌레가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배출한 분변도 지렁이 분변 못지 않은 훌륭한 거름이다.”

사료로 가공되기 직전의 동애등에 모습.

-생산능력은 얼마나 되나.

“하루 2~3톤(마른 것 기준)의 동애등에 사료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거래처가 계속 늘고 있고 대리점도 전국에 100곳을 확보해 생산물량을 확대해야 한다. 올해말에는 생산능력을 10톤으로 늘리려 하고 있다.”

-영화 ‘설국열차’를 보면 바퀴벌레로 단백질 바를 만들어서 먹는 내용이 나온다. 가축이 아닌 사람도 동애등에를 먹을 수 있나.

“물론 사람이 먹어도 된다. 하지만 현재 먹을게 많은데 음식물쓰레기로 만든 단백질을 먹으려는 사람들이 있겠나.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도 음식물쓰레기로 키운 곤충을 식품으로 팔 수 없다. 그래서 닭이나 돼지 사료용으로 개발한 것이다. 사람이 먹으려면 깨끗한 먹이로 키워야 한다.”

사료로 가공된 동애등에 제품.

-해외에서도 동애등에를 사료용으로 키우는가.

“있지만 많지는 않다. 전세계적으로 공장형태에서 동애등에를 키워 가공하는 시설까지 갖춘 곳은 이곳 CIEF밖에 없다. 실내에서 대량으로 증식, 사육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가 1000만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아그리프로테인이라는 회사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동애등에 사료를 생산하고 있지만, 우리처럼 실내에서 키우는게 아니라 야외에서 키운다. 국내에 동애등에를 키우는 다른 기업도 몇 곳 있지만 월 생산량이 CIEF 하루 생산량도 안된다.”

동애등에 먹이로 사용되는 말린 음식물쓰레기

-공장 운영에는 별로 돈이 들지 않을 것 같다.

“공장만 지어 놓으면 그 이후에는 운영자금이 많이 들지 않는다. 사육공장에서 성충의 알을 받아 부화시켜 애벌레로 키우기 때문이다. 따뜻한 사육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드는 난방비와 인건비를 제외하면 먹이도 음식물쓰레기를 가공한 것을 사용한다. 지금은 음식물쓰레기로 만든 동애등에 먹이를 사오지만 처치곤란인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해주니 나중에는 정부로부터 돈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수익성은 어떤가
"수요는 많다. 사료를 만들 때 쓰이는 동물성 단백질과 옥수수 콩 등 식물성 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최대의 닭 공급회사인 하림이 운영하는 사료회사 '천하제일'에 동애등에로 만든 단백질을 공급하고 있다. 다른 사료회사들과도 공급계약을 추진 중이다. 덕분에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한 올해 120억원의 매출과 45억원의 영업이익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부의 평가도 긍정적인가.

“물론이다. 사업에 비전에 없으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주었겠는가. 회사를 설립할 때 140억원이 들었는데 기술보증기금에서 50억원을 융자해줬다. 최근에는 기술보증기금과 산업은행, 몇 몇 벤처캐피탈로부터 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사업을 확장할 계획은.

“당장 내년에 지금 공장 옆 빈 부지에 현재 크기의 사육가공공장을 추가로 지는다. 중장기적으로는 전국 시군에 150개의 공장을 지어 대한민국에서 나오는 모든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계획이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도 좋고 회사는 돈을 벌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고’다.”

-해외진출 계획은.

“아직 생산량이 많지 않아 국내 시장에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얼마전에 아그리프로테인에서 협력 제안이 들어왔다. 그 회사가 전세계 5개국에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인데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좀 더 다지면 그 회사와 협력을 통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다.”

-곤충산업의 전망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곤충 관련 산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지금은 애완동물의 먹이로 곤충 애벌레를 사육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해충 방제에 사용되는 농약을 대체할 수도 있고 청정한 환경에서 곤충을 대량으로 사육할 수 있는 기술만 개발되면 식량자원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인류에게 유용한 곤충이 찾아 대량 사육할 수 있는 기술만 개발되면 어떤 곤충이든지 대박이 될 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