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활발한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통해 3세 경영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이재현 회장이 지난해 경영에 복귀했지만 건강이 좋지 않은만큼 자녀들의 경영 참여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회장의 자녀 이경후 CJ 미국지역본부 상무대우(34, 사진 왼쪽)와 이선호 CJ제일제당 과장(28, 사진 오른쪽)은 CJ오쇼핑과 E&M 합병을 통해 미디어와 커머스를 아우르는 자산 7조원 규모 '공룡 콘텐츠 회사'의 주주로 올라선다.

19일 CJ그룹에 따르면 CJ오쇼핑은 오는 8월 E&M을 흡수합병한다. 오쇼핑은 홈쇼핑·케이블TV를, E&M은 TVN·엠넷·OCN 등 미디어콘텐츠 사업을 하고 있다. 두 회사는 합병을 통해 미디어와 커머스 사업의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합병 후 오쇼핑 시가총액은 약 1조6000억원에서 5조6000억원으로 증가한다.

◆3세 남매, '뉴 오쇼핑' 지분 참여 시동
겉으론 사업 시너지를 위한 합병이지만, 이 과정에서 3세의 지배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이 회장의 두 자녀 경후·선호 남매는 아직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별다른 증여작업도 없어 CJ그룹 지분 참여율 역시 낮았다.

합병후 CJ그룹 지배구조

이들은 둘 다 E&M 주식은 갖고 있지만 오쇼핑 주식은 없다. 이선호 과장의 E&M 보유 주식은 26만4984주(0.68%)로 모기업 CJ를 제외하면 아버지인 이재현 회장(2.38%)에 이어 두번째로 지분이 많다. 고모인 이미경 부회장(0.15%)의 4.6배다.

합병비율(CJ오쇼핑 1주당 E&M 0.41주)에 따라 이선호 과장은 ‘뉴 CJ오쇼핑’ 주식 10만8643주(0.5%)를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 이경후 상무는 동생보다 적은 4만2000주를 보유하게 된다.

CJ는 두 회사의 최근 1개월·1주일·최근일 종가를 합쳐 산술평균으로 합병비율을 계산했다. E&M 주가는 1개월간 5% 오른반면 오쇼핑 주가는 변화가 없었다. E&M 가치가 합병기일을 기점으로 더 오르면서 이경후·선호 남매의 지분가치가 더 높아진 셈이다.

CJ그룹은 ‘뉴 CJ오쇼핑’을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097950)과 맞먹는 규모로 키울 것으로 보인다. 제일제당의 개별기준 총자산은 7조원이지만 연결 기준으로는 17조원에 달한다. 남매 입장에선 합병을 통해 오쇼핑 자회사인 CJ헬로까지 지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랫폼 장악도 가능하다.

노현주 흥국증권 연구원은 "뉴 CJ오쇼핑은 국내 최초 미디어-커머스 융합 업체로서 중장기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제당-대한통운 등 핵심계열 지배력 확대 가능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비상장사 CJ올리브네트웍스와의 합병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회사는 CJ가 55%, 이경후·선호 남매가 각각 6.91%, 17.97%를 보유하고 있다. 그룹 측은 올리브네트웍스의 덩치를 키우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 왔다. 6000억원 수준이던 자산이 1년새 9000억원으로 늘었다. 이 과정에서 그룹측 지분은 20% 가량 줄고 두 남매의 지분은 2%씩 늘었다. 따라서 양사의 합병은 3세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J가 올초부터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을 벌이는 것도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행보로 분석된다. CJ는 올초 제일제당과 KX홀딩스가 보유한 CJ대한통운 지분을 통합했다. 전문가들은 대한통운이 조만간 자회사 CJ건설을 흡수합병할 것으로 보고 있다.

CJ는 ‘CJ→제일제당→대한통운’의 지배구조로 이뤄져 있다. 향후 CJ와 덩치를 키운 오쇼핑이 합병한다면 경후·선호 남매는 자연스레 제일제당과 대한통운, CJ건설 등 핵심사업을 모두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앞서 오너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합병한 SK(주)와 SK C&C,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등과 비슷한 방식이다.

CJ측은 "뉴 오쇼핑 지분 확보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는 있을수 있으나 지분율이 낮아 이번 합병을 경영권 승계와 연관짓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선호 과장이 대학원을 휴학하고 귀국해 현재 지주사로 출근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으며 이경후 상무는 30대 초반의 나이에 임원으로 승진했다”며 “앞으로 3세의 경영참여와 함께 지분 승계작업도 활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