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국토교통부 특별점검 결과 사실로 드러난 수서고속철(SR) 채용 비리는 자회사야말로 채용 특혜의 온상이란 세간의 속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면접 전형에 아예 나타나지 않은 지원자를 합격시켜 준 것을 비롯해 면접 평가 점수가 낮은 지원자를 뚜렷한 이유 없이 채용하고, 원래 뽑기로 한 인원 외 추가로 사람을 뽑는 등 변명할 여지가 없는 부정 사례들이 대거 적발됐다. 이번에 드러난 채용 비리 대부분은 전형 절차 등 형식적인 요건 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국토부는 "실제 채용 비리가 얼마나 존재하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임직원 4명을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SR은 고속철 산업 내 경쟁을 위해 2016년 설립된 민간 회사다. 하지만 41%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 코레일의 영향력 내에 있다. 주요 임원 및 간부들은 대부분 코레일 출신이기도 하다. 수사를 받는 4명 가운데 3명도 코레일 출신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기된 SR 채용 비리 의혹의 한가운데 코레일이 있었던 이유다. 민간 기업이라 감시가 느슨하고 대규모로 인력(출범 당시 300명 채용)을 뽑아 한두 명 꽂아도 티가 안나는 곳이라는 점을 코레일 전현직 임직원이 십분 '활용'했다는 것이다. 채용 필기 시험에서 D등급을 받았는데 서류전형 4등, 면접 6등으로 합격한 코레일 간부 아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코레일 간부 자녀 뿐만 아니라 전직 본부장 단골식당 자녀를 부정 채용한 의혹이 나올 정도로 SR 채용을 둘러싼 잡음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SR 채용 비리는 지난 몇 년 간 코레일 자회사 채용 과정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발권 업무를 맡는 코레일네트웍스 등 다른 자회사에서도 낙하산 채용이 잦았던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코레일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공채 없이 채용연계형 인턴 등으로 사람을 뽑았던 곳들이 많다"며 "실제 문제가 있었는지와 별개로 채용 관련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비위 문제가 해마다 국회 국정감사 단골 소재가 될 만큼 세간에 부도덕한 집단이란 인식이 박혀있다. 금품 요구, 뇌물 수수 등이 적발돼 경찰의 조사를 받는 사건도 해마다 발생한다.
SR 채용 부정이 코레일이 '몸통'인 문제로 인식되는 데에는 이러한 사정이 있다. 하지만 코레일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SR 채용 비리에 대해) 국토부 보도자료 이상으로 나올 게 없다"는 게 코레일 측의 입장이다. 사과나 유감 표시를 하겠다는 의향도 없다. 이번 채용 비리를 그저 관계사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