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 방식은 주식 거래와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거래소가 존재하고, 수급 상황에 따라 시세가 오르내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수많은 증시 상장사 가운데 원하는 종목을 꼽아 매수하듯 투자유망 코인을 골라 산다는 점도 유사합니다.
물론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개·폐장 개념이 존재하는 증시와 달리 가상화폐 거래는 24시간 내내 이뤄진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일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카카오톡·텔레그램 등에 개설된 실시간 가상화폐 토론방에서도 24시간 대화가 끊이질 않습니다. 거래가 쉬지 않고 진행되다보니 정보 교환도 쉼없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매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밤사이 쌓인 메시지 수백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산증식'이라는 공통된 지향점을 가진 토론방 참여자들은 수시로 "우리 꼭 부자가 됩시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서로에게 "오늘도 힘내자"는 격려를 건네며 동지애를 키워나갑니다. 언뜻 보면 현실 사회의 축소판 같기도 합니다.
이런 분위기의 가상화폐 토론방에서 최근 재미있는 '단체 행동'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치 끝말잇기 게임을 하듯 어느 한 사람이 첫 글자를 느닷없이 던지면 다른 사람이 나머지 뒷부분 글자를 외쳐 단어를 완성하는 방식인데요. 이들은 주로 '영차영차'를 외칩니다.
예컨대 투자자 A가 채팅창에 갑자기 '영'을 쓰면 B가 '차'를 쓰고, C가 다시 '영'을 적으면 D가 또 '차'를 써서 영차영차를 반복하는 식입니다. 어떨 때는 '으쌰으쌰'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방법은 같습니다. 누군가 '으'를 내뱉으면 또 다른 누군가가 '쌰'를 써서 단어를 완성합니다.
환상의 호흡을 확인한 토론방은 난이도를 올리기도 합니다. '어기여차'가 등장하는가 하면, '으쌰라으쌰'가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영차영차와 으쌰으쌰 릴레이는 가상화폐 가격이 오르길 기원하는 투자자들의 간절함이 놀이 형태로 구현된 것입니다. 최근 많은 국민에게 인기를 얻은 유행어인 '가즈아'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될 듯합니다. 주요 가상화폐 가격이 상승 조짐을 보이기만 하면 수많은 토론방에서는 영차영차 놀이가 시작됩니다.
다 함께 웃자고 하는 행동인 건 알지만, 영차영차 놀이를 보고 있으면 때론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평소 토론방에서 투자자들이 나누는 대화 내용 때문인데요. 이들은 대화 시간의 대부분을 가상화폐 기반기술에 대한 전망·분석보다는 가격 상승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데 씁니다.
주식시장으로 치면 저평가된 가치주를 장기투자 관점에서 찾는 사람보다 투기적 성향이 짙은 단기 투자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말입니다. 투자대상에 대한 면밀한 분석보다는 시세 그래프의 움직임과 다른 이의 근거없는 추론에 휩쓸리는 사람들이 '영차영차'를 외치며 불안감을 감추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에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다른 가상화폐)을 상장한 국내 한 핀테크기업 관계자는 "국내외 투자자들을 자주 만나는데 나라마다 관심사가 다르다"며 "외국인은 기반기술과 알고리즘 특징 등을 파악해 미래가치를 따지려는 경향이 강하고, 국내 투자자들은 주로 가격에만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김치 프리미엄(한국의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 거래소에 비해 높은 현상을 일컫는 용어)'이라는 표현을 탄생시킬 정도로 투자 열기가 갑자기 뜨거워진 한국의 이례적인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입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일단 사고 보자'는 식의 투자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누가 블록체인 기술을 공부하고 잠재 리스크 요인을 신경쓰려고 할까요.
물론 블록체인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각 가상화폐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한다고 해서 꼭 높은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다수의 막연한 기대감에 휩쓸리는 '묻지마'식 투자는 더 큰 손실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이성을 되찾고, 시장은 좀 더 질서를 갖출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국내 대형 증권사의 한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는 "자기자본이익률(ROE)·주가수익비율(PER) 등 주식 투자시 판단 근거가 되는 지표들이 가상화폐 시장에는 없어 시세 예측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이런 분야일수록 투기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므로 투자질서 확립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정부는 부처 사이에 입장 차이를 보이는 등 가상화폐에 대한 기준을 제대로 잡지 못해 시장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청와대는 우선 이달 20일 가상화폐 실명제 등 관련 대책이 시행되고 난 다음 시장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모두가 처음 겪는 상황인 만큼 정부도 적절한 규제와 진흥책을 마련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가상통화 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투자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난관을 헤쳐나가야 합니다. 부디 정부가 현명한 대처로 가상화폐라는 거센 쓰나미를 극복해내길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