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작년 11월 한국 승소 판정 최종 확정
미국 즉시 한국산 유정용 강관 반덤핑 관세 조치 철회해야

조선일보DB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산 유정용 강관(OCTG)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 관세 조치는 협정 위반이라는 세계무역기구(WTO)의 판정이 최종 확정됐다. 미국의 불합리한 철강 수입규제에 대한 제소에서 한국 정부의 승소가 확정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분쟁해결기구 회의에서 한국이 주요 쟁점에서 승소한 WTO 한·미 유정용 강관 반덤핑 분쟁 결과가 최종 확정됐다"고 15일 밝혔다. 유정용 강관은 원유와 천연가스를 채취할 때 사용하는 고강도 파이프다.

WTO 분쟁해결 패널은 작년 11월 미국이 2014년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부과한 반덤핑관세 조치는 WTO 협정 위반이라는 취지로 한국이 주요 쟁점에서 승소 판정했었다. 미국이 이에 대해 상소하지 않아 WTO 분쟁해결기구가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의 승소 판정을 최종 결과로 확정한 것이다. WTO 협정에 따르면 판정 결과에 대해 분쟁당사국은 패널보고서 회람 후 60일 이내에 상소할 수 있다.

미국 상무부는 2014년 7월 현대제철과 넥스틸, 세아제강 등에 9.9~15.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국내에서 생산된 유정용 강관의 약 98%는 미국으로 수출됐다. 2013년 유정용 강관의 대미 수출은 89만4000톤, 약 8억1700만 달러 규모였다. 한국산 유정용 강관은 미국 내 반덤핑 조사대상 9개국 제품 전체 수입량인 159만8000톤 중 56%를 차지했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4월 열린 반덤핑 관세 연례재심에서는 한국산 유정용 강관의 덤핑률을 최고 29.8%로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WTO 분쟁해결 패널은 미국이 구성가격에 의한 덤핑률을 산정하면서 한국 기업의 이윤율이 아닌 다국적 기업의 높은 이윤율을 사용해 덤핑마진을 상향조정한 것이 WTO 협정에 위반된다고 판정했다. 덤핑률에 영향을 주는 주요 쟁점에 대한 분쟁에서 한국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구성가격은 반덤핑 조사 과정에서 해당국의 정상가격이 없을 경우 수출자가 제출한 정보를 사용해 조사당국이 계산한 가격이다. 보통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이윤을 모두 더한 값으로 책정한다. 그러나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유정용 강관의 미국 수출 가격을 비교할 때 한국 내수 가격이나 제3국 수출가격을 기준으로 구성가격을 산정하지 않고, 상무부에서 임의로 계산한 가격으로 덤핑률을 산정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분쟁 결과가 확정되면서 WTO 협정에 따라 미국은 즉시 분쟁결과를 이행해야 한다"며 "미국이 즉시 이행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할 경우 '합리적 기간(RPT)' 내에 이행을 완료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WTO 협정은 합리적 기간을 분쟁 당사국 간 합의나 중재를 통해 결정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는 15개월을 넘지 않아야 한다.

미국은 늦어도 내년 4월 중순 전까지는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한 반덤핑 관세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판정 이행상황을 WTO 차원에서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며 "미국이 조속히 결과대로 이행하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WTO 분쟁결과 확정을 통해 미국의 보호무역조치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분쟁결과 확정을 통해 미국 반덤핑 조치의 위법성을 확인했다"며 "(이번 판정이)최근 확산하고 있는 보호무역조치를 견제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주요 교역상대국이 한국 기업에 대해 부당한 수입규제 조치를 내릴 경우 WTO 제소 등을 통해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패널 판정 내용이 확정되고 미국도 이를 받아들여 이행절차를 완료할 경우 현재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부과되고 있는 반덤핑 조치가 종료돼 한국 제품의 대미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