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미국 인테리어 전문 기업 '하우즈(Houzz)'
월 4000만 명이 정보 공유9년 만에 4조원 가치
증강현실 접목하고 빅데이터 분석해 경쟁력 강화

하우즈가 지난해 5월 도입한 3D(입체) 증강현실(AR) 기능을 이용해 주거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를 고르는 모습

‘콘크리트 상자와도 같은 ‘집(house)’을 ‘가정(home)’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필요한 건 뭘까.’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가족 구성원의 존재만큼 중요한 건 아마 없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가족의 품이 주는 포근함을 한층 살려주는 공간 연출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주택 리모델링과 가구 배치 등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 스타트업 ‘하우즈(Houzz)’는 개성 넘치는 주거 공간 연출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공략해 창업 9년 만에 40억달러(약 4조2500억원) 가치를 인정받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우즈의 웹페이지(houzz.com)와 스마트폰 앱은 월간 사용자(AMAU·Average Monthly Active User)가 4000만 명이 넘는 ‘인테리어 디자인 업계의 페이스북’으로 이름이 높다. 고급 인테리어 전문지의 온라인 버전을 떠올리게 하는 하우즈의 웹페이지에는 전문가들과 사용자들이 제안하는 거실과 주방, 욕조 등 세부 공간별 디자인 아이디어와 관련 제품 정보가 고화질 사진을 곁들여 제공된다.

마음에 드는 제품은 가격과 재고 등을 확인 후 바로 주문할 수가 있지만, 아직 국내에는 정식으로 진출하지 않았다. 하우즈는 현재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등 11개 국가(2017년 7월 기준)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하우즈는 광고 수입에 더해 자사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 이뤄지는 거래 금액의 15%를 수수료로 거둬들인다. 이 밖에 업계 전문가들이 회원 가입 시 일정 금액을 가입비로 내면 게시물 노출 등과 관련해 혜택을 주는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하우즈의 성공에는 창업 성공을 꿈꾸는 이들의 흥미를 끌 만한 요소들이 많다. 이스라엘 출신 이민자 부부가 창업했다는 것도 그렇고, 이들 부부의 자택 리모델링 과정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로 시작한 것이 창업으로 이어졌다는 점도 그렇다. 증강현실(AR) 기술 등 첨단 기술 접목 노력도 두드러진다.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 팰로앨토 주택의 주방 테이블을 사무실 삼아 창업한 하우즈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성공비결 1
일상의 불편함 해소가 창업 성공 기반
창업에 성공한 이들 중에는 일상의 불편함을 가볍게 지나치지 않고 사업 아이템으로 연결한 이들이 적지 않다. 하우즈를 창업한 알론 코언(Alon Cohen)과 아디 타타코(Adi Tatarko) 부부도 그런 경우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히브루대에서 국제학을 전공한 타타코는 '보기 싫은 것을 아름답게 꾸미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 타타코의 상상은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에서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코언의 기술력이 더해지면서 현실이 됐다.

두 사람은 태국 여행 중 방콕에서 코사무이로 가는 버스 안에서 우연히 만나 1998년 부부가 됐다. 2001년에는 코언이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있는 이베이 본사에서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근무하게 되면서 실리콘밸리로 거처를 옮겼다.

하우즈는 앞서 언급한 대로 이들 부부의 자택 리모델링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로 출발했다. 타타코는 리모델링 추진에 앞서 관련 경험이 있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대부분 손이 많이 가고 힘든 일이라는 이유로 말리려 했다. 타타코는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 움직였다.

그는 2015년 미국 경제 매체 INC 인터뷰에서 “보다 많은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 관련 시장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력만 있다면 (리모델링은) 훨씬 즐거운 작업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커뮤니티의 초기 회원은 이들 부부의 자녀들이 다니던 학교의 학부모들이었다. 이후 인근의 건축 디자이너들을 합류시키면서 전문적인 포털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하우즈는 이후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불편함’을 해소하는 통로 역할을 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일상의 불편함이 최고의 창업 아이템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하우즈의 공동 창업자인 아디 타타코(가운데)와 알론 코언(오른쪽) 부부가 201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디자인 콘퍼런스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성공비결 2
패를 가른 기술력
창업 성공은 아이디어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기가 막힌 사업 아이템이 있어도 그것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이 없다면 큰 의미가 없다. 그런 점에서 실리콘밸리 개발자 출신인 코언의 역할은 하우즈 성공에 결정적이었다.

특정 분야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이들과 전문가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기술력을 사용하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유되는 정보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리모델링 정보 공유는 과거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서도 이뤄졌다. 달라진 것은 속도와 규모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건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촉발된 ‘모바일 혁명’이다. 차량이나 숙박, 사무실, 사진 공유 사업이 예전에도 있었지만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우버, 에어비앤비, 위워크, 스냅챗 등이 공유 서비스 업체로 탄생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이코노미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아우르는 스마트폰을 단지 하나의 산업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우버와 에어비앤비처럼 ‘스마트’ 기술과 일상이 결합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직관적이고 일목요연한 항목 배치와 디자인 등 최적의 사용자 환경(UI·UX) 구현을 위한 노력도 돋보인다. 과거 버전에서는 제품 사진을 새로 올릴 때마다 확대·축소하는 작업을 거쳐야 했지만, 이제는 공간에 맞게 자동 조절된다.

지난해 5월부터는 이전까지 2D(평면) 버전으로 제공하던 증강현실(AR) 기능을 3D(입체)로 업그레이드해 제공하고 있다. 구매를 원하는 가구를 선택한 후 배치를 원하는 공간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가져다 대면 실제로 배치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여러 제품을 한 방에 배치한 후 전체적인 조화도 살펴볼 수 있다. 방 안을 걸어보는 기능도 있어 가구를 배치한 후 실제 생활 동선에 적합한지, 너무 좁지 않은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하우즈의 안드로이드 앱은 2016년 구글플레이의 최고 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성공비결 3
경기 흐름에 맞춘 창업 타이밍
가계 경제가 어렵다고 식비나 교통비를 갑자기 줄이기는 어렵다. 반대로 집을 '꾸미는' 비용은 삭감 1순위다. 반대로 경제 상황이 나아질수록 공간 연출 관련 수요는 늘어나게 마련이다. 미국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건축∙인테리어 디자이너를 비롯한 관련 분야 전문직 종사자가 크게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인테리어 전문 매거진 ‘인테리어 디자인’의 지난해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의 건축∙인테리어 디자이너 수는 약 11만2000명이었다. 관련 전문 기업은 3만3600개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10년 같은 조사에서 디자이너 수는 8만7000명, 관련 기업은 2만5200여 개였던 것을 생각하면 큰 폭의 증가다.

가구와 조명, 벽지, 침구 등 인테리어 소품으로 집 안을 꾸미는 ‘홈퍼니싱’ 관련 산업은 국내에서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통계청은 올해 12조원 규모인 국내 홈퍼니싱 시장이 2023년에는 18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우즈 창업은 2009년이지만 정식으로 사업 등록을 하고 스마트폰 앱을 출시한 것은 2010년이다. 가구를 거래하는 ‘장터(market place)’ 기능이 추가된 건 2014년이다. 경기가 저점일 때 창업했고 이후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관련 시장 확대에 따른 시장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고점에서 창업했다면 사업 특성상 아무리 기술력과 사업 수완이 좋아도 버텨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성공비결 4
업의 본질 살리는 소통의 기업 문화
직원 수가 1400명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 하우즈를 스타트업이라 부르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기업 문화에서만큼은 스타트업 특유의 개방성과 친밀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팀장들은 늘 팀원들과 1 대 1로 긴밀히 소통하며 문제 해결과 사기 진작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일과 중 수시로 팀원들과 대화를 갖고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물론이고 퇴근 후에도 야구 경기나 공연을 함께 보며 팀워크를 다지곤 한다.

지난해 문을 연 하우즈의 테네시주 내슈빌 사무소에 근무하는 회계 담당 직원 TJ 콜먼은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각자의 업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만 (근무 분위기를 망칠 정도로) 지나치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항상 최선을 다해 일하면서도 서로를 챙겨주는 것이 하우즈의 기업 문화”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화는 고객이 선호하는 공간 연출을 돕는 ‘업의 본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다양한 부서 간 협력을 통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그런 자세가 몸에 배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창업자인 코언과 타타코 부부도 이 같은 기업 문화 확산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여름 내슈빌 사무소를 ‘깜짝 방문’해 직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성공비결 5
빅데이터 분석으로 시장 지배력 강화
하우즈를 이용하는 수천만 명의 고객은 시장 트렌드 변화와 관련된 소중한 정보를 제공한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와 트렌드세터의 구매 결정과 사이트 내 동선은 이후 아이템과 디자인 관련 전략의 방향을 결정짓는 자료로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고객 수가 늘어날수록 수집된 데이터의 중요성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시장 선점자인 하우즈는 고객 만족도와 점유율을 더 키워갈 수 있다. 미국의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키운 것과 비슷하다. 넷플릭스의 경우 수천만 가입자의 주문 내용을 바탕으로 연령·시간대·지역별로 어떤 종류의 영상물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가능하다. 관련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차기 출시작을 결정하다 보니 성공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 부동산 중개 서비스 업체 컴퍼스의 홈페이지 초기화면

◆ PLUS POINT
IT 접목해 주목받는 '프롭테크' 기업
부동산 서비스와 정보기술(IT)을 접목한 '프롭테크(PropTech)' 기업에 글로벌 큰손들의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부동산 산업에 IT를 접목한 서비스를 뜻한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부동산 중개 서비스, 공유 사무실 서비스, 부동산 임대 관리 플랫폼 등이 대표적이다. 하우즈도 넓은 의미에서 프롭테크 기업에 포함된다.

미국 부동산 중개 서비스 업체 컴퍼스(Compass)는 지난해 12월 일본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비전펀드’로부터 4억5000만달러(약 4800억원)를 투자받았다. 비전펀드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향후 10년간 기술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조성한 펀드로, 운용 규모가 1000억달러에 달한다. 비전펀드의 투자액은 지금까지 컴퍼스가 조달한 투자금의 두 배가 넘는다.

당시 소프트뱅크가 컴퍼스의 기업 가치를 22억달러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트프뱅크의 투자로 컴퍼스의 기업 가치는 불과 한 달 사이에 4억달러나 치솟았다.

미국의 부동산 중개 서비스 기업 카드레(Cadre)도 거물들의 투자로 화제가 됐다.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는 지난해 초 카드레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했고,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와 마윈 알리바바 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투자에 참여했다.

카드레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회원제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드레의 심사를 통과한 개인 및 기관투자자는 온라인으로 수백억~수천억원짜리 빌딩을 거래하거나 이에 투자할 수 있다. 몇 개월씩 걸리는 대형 빌딩 거래 기간을 단 몇 주로 줄여주고 중개 업체를 거치는 것보다 수수료가 낮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프롭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투자 규모에서도 드러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에 따르면 프롭테크 기업이 유치한 투자 규모는 2012년 2억624만달러에서 지난해 24억2602만달러로 해마다 크게 늘었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IT 기업은 4000여 곳에 달했다. 이 가운데 유니콘 기업은 콤파스와 하우즈, 공유 사무실 기업 위워크, 미국 부동산 중개 서비스 오픈도어랩스 등 총 6곳이다.

키워드
유니콘
기업 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2013년 미국의 벤처 투자자 에일린 리(Lee)가 큰 가치를 인정받는 스타트업이 전설 속의 외뿔 짐승 '유니콘'처럼 찾기 힘들다고 한 데서 대형 스타트업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