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지하겠다며 특별법 제정 카드까지 들고 나오자 투자자는 물론 가상화폐 거래소에 거래계좌를 제공해 온 은행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정부의 주문에 따라 은행들은 오는 20일쯤 가상계좌 실명확인 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거래소 폐지까지 거론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 가상계좌 실명확인 시스템 가동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12일 “거래소 폐지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 가상계좌 실명확인 시스템 오픈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며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은행의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신규 가상계좌 서비스 금지를 골자로 하는 ‘가상통화 투기 근절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서 실명이 확인된 은행 계좌와 가상계좌간 입출금만 허용한다는 것도 주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소 가상계좌에 돈을 입금한 투자자와 수익금 등을 송금받는 은행 계좌의 주인이 동일인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실명확인 시스템을 준비해 왔고 가동을 앞두고 있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조기자단 간담회에서 가상화폐 논란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편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산업 발전의 긍정적 측면보다 개인의 금전적 피해를 유발할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한다”며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를 목표로 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의 발언 이후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면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페 가격은 일제히 30% 이상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청와대가 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가상화폐 가격의 낙폭은 크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폐지되면 투자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헌법이 국민의 재산권을 법률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 등 4개 요건을 꼼꼼히 따져 필요최소한도의 원칙을 적용하도록 해놨는데 이를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보호원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가상화폐 거래시장 시스템의 공정성, 안정성, 투명성, 보안성, 합법성, 투자자 보호가 유지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를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