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히자, 가상화폐 거래소 측은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투자자들도 “폐쇄하면 해외 거래소로 가면 된다”, “정부가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면서 폐쇄 발표를 해 투자자 피해를 키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것만이 답일까, 아닐듯 하다”라며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했다.

◆ 거래소 “법무부 장관이 투자자 피해 키워…규제책 내놓는 게 현명”

한 거래소 관계자는 법무부장관 발언에 대해 “오늘 시세가 많이 요동쳐 손실을 입은 투자자가 많았을 것”이라며 “투자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입법하겠다고 하는데 오히려 오늘 브리핑이 투자자에게 큰 피해를 준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어 “자율규제를 준수하고 있고, 해킹 방지 등 투자자 보호책을 계속 논의하는 와중에 폐쇄 발언이 나와 유감스럽다”고 강조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조기자단 간담회에서 가상화폐 논란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증권시장처럼 안착해서 적절한 규제와 협의 속에서 긍정적인 시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폐쇄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 또한 나오고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작년 폐쇄 가능성이 거론됐을 때 법무법인을 통해 조언을 구한 결과 재산권 침해 등의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을 받았다”면서 “실제 추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또 “과세와 거래소 인가제 도입, 투자금액 제한 등 규제책을 내놓는 것이 최선의 대안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 “디지털 이민 방법 소개해요” 글 인기리에 공유

투자자들은 정부 정책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의 글을 남기는가 하면, 폐쇄한다 해도 해외 거래소로 코인을 이전하면 된다고 맞서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이민’이다.

이날 가상화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해외 거래소로 이동하는 방법을 설명한 게시글이 인기리에 공유되고 있다.

바이낸스 거래소 홈페이지 화면

우리나라처럼 신규 가입자를 받지 않는 곳도 있지만 해외거래소들은 대체로 정상 영업을 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택하는 거래소로는 ‘폴로닉스’, ‘비트렉스’, ‘비트파이넥스’, ‘바이낸스’, ‘쿠코인’ 등이 꼽힌다. 바이낸스와 쿠코인의 경우 한국어 지원을 하고 있어 국내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해외거래소로 이전하는 방법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점도 디지털 이민을 부추기고 있다. 자신이 거래하던 국내 거래소에서 코인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으로 바꾼 후 코인 종류별로 지갑을 만들어 전송하면 된다.

다만 해외 거래소로 옮긴 코인을 현금화하기 위해서는 현지 은행 계좌를 만들거나 미국, 일본 등지에서 지원하고 있는 가상화폐 ATM기를 통해 현금을 인출해야 한다. 국내 거래소가 폐쇄될 경우 해외거래소에서 사들인 코인을 다시 한국 가상화폐 거래소로 보내서 출금할 수 있는 길이 막히기 때문에 현금화에 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