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에서 완공된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지원단 숙소는 단 7개월 만에 지어졌다. 지상 2층 18개 동(棟), 720실 규모로 올림픽 때 각국 선수단 이동을 책임지는 운전자와 경기 진행 요원 등 2800여명이 머물 예정이다. 시공을 맡은 에스와이패널은 모듈러(modular) 주택 공법으로 공사 기간과 비용을 대폭 줄였다. 에스와이패널 관계자는 "일반적인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짓는 것보다 공기를 11개월 단축했고, 공사비도 30% 넘게 절약했다"고 말했다.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모듈러 주택이 주택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컨테이너하우스 같은 이동식 주택의 단점을 보완한 모듈러 주택은 초기에 저렴한 단독·전원주택으로 인기를 끌다가 최근엔 대형 행사장의 단체 숙소나 쇼핑몰 등으로 쓰임새가 넓어지는 추세다. 최근에는 목조 주택처럼 개성 있는 외관을 구현할 수 있는 신개념 모듈러 주택인 '폴리캠 하우스'도 등장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국내 모듈러 주택 시장 규모가 2005년 150억원에서 2013년 1200억원 규모로 성장했고, 2020년에는 1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관도 개성 있게…모듈러 주택의 진화

모듈러 주택은 벽체 같은 기본 골조와 창문, 전기 배선과 배관, 욕실 등 집을 구성하는 70% 이상을 공장에서 미리 만들고 현장에서 최종 조립하는 방식으로 짓는다. 일반적인 주택 건설보다 공사 기간이 절반도 되지 않고,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분진이 적어 현장 민원을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철거가 쉽고, 주택 구성품을 재사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에스와이패널이 지은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지원단 숙소는 올림픽이 끝나고 해체해 최전방 부대 77곳의 간부 숙소 191실로 재활용될 계획이다.

2003년 국내에 처음 등장한 모듈러 주택은 초기엔 방음과 단열이 취약한 게 단점으로 지적됐다. 집을 네모 반듯한 박스(box) 형태로만 설계하는 것도 한계로 꼽혔다. 그러나 최근엔 방음·단열 효과를 대폭 개선하고, '성냥갑' 같은 단조로운 외관에서 벗어난 차세대 모듈러 주택이 주목받고 있다. 에스와이패널이 개발한 '폴리캠 하우스'는 다양한 외관을 구현할 수 있는 목조 주택과 시공이 간편한 모듈러 주택의 장점을 결합했다. 벽면으로 쓰는 단열재 패널의 크기를 자유롭게 재단하고, 각 패널을 공구 하나로 간단히 결합하는 특허 기술을 적용해 건축주가 원하는 외관을 만들 수 있는 모듈러 주택을 선보인 것이다. 경기도 김포·용인의 전원주택 단지와 충남 아산의 고급 주거단지 '퀸스타운' 등이 폴리캠하우스로 조성됐다.

◇미래 핵심 건축 기술로 해외시장 공략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 건축·설계업체 아룹(ARUP)은 미래 건축의 핵심 기술로 모듈러 주택을 꼽았다. 한국보다 일찍 모듈러 주택을 도입한 영국과 미국 등에서는 모듈러 공법으로 지은 고층 주택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은 2015년 기준 단독주택의 20% 이상이 모듈러 주택으로 지어졌다.

국내에서도 모듈러 주택의 사용처가 대폭 확대되는 추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12월 말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국내 최초의 모듈러 공공 임대주택을 준공했다. 포스코A&C가 지은 이 단지는 모듈러 주택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지하 1층~지상 6층으로 설계됐다. 2015년 서울 광진구 건국대 인근에 들어선 복합 쇼핑몰 '커먼그라운드'는 국내 최초로 컨테이너를 활용해 모듈러 공법으로 지어졌다.

짓기 쉽고, 비용이 저렴한 모듈러 주택은 재난 현장이나 난민 주거 환경 개선, 빈곤국의 주택난 해결에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진벨재단은 지난 6월 결핵 환자 요양소로 사용될 모듈러 주택 20개 동을 북한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에스와이패널은 베트남·캄보디아·네팔에 모듈러 주택 생산 설비를 갖추고 해외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홍영돈 에스와이패널 회장은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을 시작하는 개발도상국에서 단열 기능이 우수하면서도 시공 비용이 저렴한 모듈러 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라며 "한국형 모듈러 주택의 해외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