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개발한 공항로봇까지 카피한 중국 로봇 기업들
한국 기업 기술 도용해 로봇사업 진출하는 경우도 늘어

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18'에서 중국산 로봇 기업들의 공세가 도드라졌다. 별도로 마련된 로봇관에 부스를 차린 기업의 55%가 중국 기업이다. 한국 기업은 3개에 불과했다.

인공지능(AI)이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면서 최근 전자·IT업계 최대의 화두로 로봇이 부각되고 있다. 올해 CES에서는 소니, LG전자 등 전자 분야 대기업들도 잇달아 로봇을 신성장사업으로 선언하며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있다. 소니의 경우 엔터테인먼트 로봇인 아이보(Aibo)를, LG전자는 스마트홈 로봇인 클로이(CLOi)를 공개한 바 있다.

대만의 로봇 기업인 ITRI가 개발한 체스 로봇과 관람객이 체스 대결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경우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로봇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모양새다. 로봇 전시관에 부스를 차린 중국 기업은 20개로, 전체 로봇관 참가기업(36개사)의 절반이 넘는다.

중국의 로봇 업체인 아이팔(iPAL) 관계자는 "중국 정부 차원에서 로봇, 인공지능 등의 분야 투자에 다양한 혜택과 지원금을 주고 있다"며 "각 지자체 차원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도 다수"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관람객들의 주목을 끌거나 높은 평가를 받은 중국 로봇 기업도 많았다. SDNO 로봇이 개발한 AI 로봇은 사람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카메라를 활용해 사람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공항이나 리셉션 역할도 가능해 중국 현지에서도 도입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소재의 ITRI는 체스 로봇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체스보드를 3D 공각 지각 기능으로 인지하며 사람과 체스를 두는 로봇이다. 알파고와 같은 딥러닝 기반의 프로그램와 비교하면 체스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ITRI 관계자는 "준프로급 이상의 실력은 된다"고 설명했다.

LG전자(066570)의 공항로봇과 유사한 형태의 서비스 로봇도 다수 전시됐다. LG전자가 공항로봇을 시범서비스한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중국에서 거의 동일한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유비테크(UBTECH)라는 이름의 중국 기업은 쇼핑몰, 공항 등에서 길 안내, 제품 소개, 고객 민원 대응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 로봇을 전시했다. 이 제품은 현재 국내 일부 유통채널을 통해서도 판매 중이다. 한글 서비스도 지원하는데 이는 한컴과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관을 장악한 중국계 기업들의 도약을 지켜보는 국내 로봇 업체들의 표정은 씁쓸하다. 중국의 일부 로봇 유통 업체들이 한국 제품들을 카피해 직접 로봇 사업에 뛰어드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으며, 기술 도용 문제에 대해 이렇다할 대처 방안도 없기 때문이다.

하인용 로보티즈 연구소장(부사장)은 "일부 중국 업체들이 엔터테인먼트 로봇으로 CES에 진출했는데 그 기업들 중 일부는 우리 회사 로봇 제품의 판매대리점이었다"며 "어느덧 기술을 베껴 로봇 시장에 진출했는데, 특허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도 중국이어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