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체들이 8만원대 이상 고가 요금제를 중심으로 혜택을 확대하며 사실상 요금 인하를 단행하고 있다. 2015년 음성과 문자를 무제한으로 사용하면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출시된 뒤 그동안 통신 3사에서 획기적인 요금 인하는 없었지만 이제 변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11만원대 최고가 요금제를 없애고 8만원대 요금제 혜택을 기존 11만원대 요금제와 동일한 수준으로 만들었다. KT 역시 새해 2일부터 8만·10만원대 요금제 가입 고객에게 기존 9900원에 판매하던 모바일TV·음악 등 콘텐츠 서비스 이용권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대신증권 김회재 연구원은 "데이터 사용량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높은 요금제를 선택하는 고객도 자연스럽게 많아지고 있다"며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 수익성 악화를 겪는 통신업체들은 고가 요금제 혜택을 늘리며 신규 고객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사간 고가 요금제 혜택 확대 경쟁
요금제 인하의 신호탄은 지난달 LG유플러스가 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20일부터 11만원대 데이터 요금제 신규 가입을 중단하는 대신 8만원대 요금제 혜택을 대폭 늘렸다. 8만원대 요금제 가입자에게 기존 11만원대 최고가 요금제 혜택과 동일하게 매달 기본 데이터 40GB(기가바이트)에 매일 4GB의 추가 데이터를 제공한다. 사실상 최고가 요금을 2만2000원 깎아준 것이다. LG유플러스 김새라 상무는 "초고가 요금제 가격을 경쟁사보다 낮추고 혜택을 늘려 이동통신 시장 서비스 경쟁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KT도 새해 2일부터 8만원대 요금제와 10만원대 요금제 고객에게 미디어팩과 스마트 기기 요금제 혜택을 추가로 제공한다. 미디어팩은 월 9900원에 4만원 상당의 모바일 음악·TV·웹툰 콘텐츠를 제공하는 패키지 서비스로, 8만·10만원대 요금제 고객에게는 이를 무료로 푼 것이다. 또 두 요금제 이용자들은 8800~1만1000원인 상당의 스마트워치나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해외 여행자를 위한 데이터로밍 서비스를 강화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15일 12시간 단위 로밍 요금제를 신규 출시했다. 기존 로밍 요금제는 24시간 단위라 가입자는 출국일이나 입국일에 24시간을 다 채워 쓰지 못하더라도 하루치 비용을 내야 했지만, 12시간 단위로 개편해 불필요한 지출을 없앤 것이다. 새해부터는 중국과 일본에 특화된 로밍 요금제 'T로밍 한중일 패스'의 데이터 제공량을 2배로 늘렸다. 지난 9월 초 출시된 'T로밍 한중일 패스'는 5일간 2만5000원에 데이터 1GB를 쓸 수 있었지만 새해부터는 같은 가격에 2배인 2GB 데이터를 제공한다.
◇충성 고객 잡고 프리미엄 고객층 두텁게
통신업체의 고가 요금제 혜택 확대 바람은 유·무선 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기존 충성 고객을 붙잡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8만원대 이상 고가 요금제를 쓰는 프리미엄 고객의 혜택을 늘리면 우량 고객 유출을 줄이면서 신규 고객도 유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업체들은 지난해 요금 할인 폭 25% 상향, 저소득층 요금 감면 등 정부의 통신비 인하로 인해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고 있다. 8만원대 요금제 혜택을 늘려 가입자 비율이 가장 높은 5만~6만원대 요금제 고객들의 전환을 유도해 수익 누수를 막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지난해 초 5.4GB였던 1인당 평균 데이터 이용량은 지난 11월 6.5GB를 기록했다. 국민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사용자 입맛에 맞춘 고가 요금제 혜택을 늘리는 것이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고가 요금제 고객 중에서는 아이폰X·갤럭시노트8 등 고가 스마트폰 이용자가 많기 때문에 프리미엄 고객층이 더 두꺼워지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